잘 파는 걸로는 부족해…유통가 '브랜드 키우기' 변신하는 이유

하수민 기자
2026.03.24 08:00
유통채널 밸류체인 진화/그래픽=이지혜

유통 채널의 역할 변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던 단순 구조에서 한 단계 나아가 유망 브랜드를 발굴하고 투자해 성장을 모색하는 '브랜드 빌더' 전략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어떤 브랜드를 확보하고 어떻게 성장시켰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유통과 제조 투자 기능이 결합된 하나의 밸류체인이 형성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콘텐츠 커머스 확장성이 높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속광 로션'으로 주목받은 K뷰티 브랜드 온그리디언츠 운영사 파워플레이어에 투자했다. 온그리디언츠는 '속광' '화잘먹' 등 소비자 언어 기반 키워드를 앞세워 인지도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성수 팝업스토어를 통해 화제성을 키우며 해외 시장에서도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숏폼과 라이브 중심 유통 환경에서 확산력이 높은 브랜드로 분류된다.

앞선 투자 사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CJ온스타일은 스킨케어 브랜드 '넘버즈인'과 메이크업 브랜드 '퓌'를 운영하는 비나우에 투자했다. 비나우는 최근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포함됐다. 신규 유니콘 다수가 AI(인공지능) 기업인 상황에서 뷰티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에이피알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CJ온스타일은 2023년 홈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를 운영하는 에이피알에 투자했다. 이후 메디큐브는 CJ온스타일 채널에서 매출이 470% 이상 증가했다. 에이피알은 2024년 코스피 상장에 성공했다. 이후 매출 1조5000억원을 넘겼고 수출 비중은 80% 수준까지 확대됐다. 투자 이후 유통 채널과 브랜드 성장이 맞물린 사례로 꼽힌다.

이들 사례는 투자와 유통 마케팅이 결합한 구조가 일정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CJ온스타일은 커머스 인프라와 'CJ온큐베이팅'을 통해 제조와 유통 투자 기능을 연결하는 구조를 구축해왔다. 유망 브랜드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와 함께 판매 채널과 마케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유통사에서도 관찰된다. 무신사는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고 생산과 유통을 연결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무신사 입점을 계기로 매출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다. 플랫폼이 초기 성장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례로 언급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외부 뷰티 브랜드를 발굴해 자사 유통망과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어뮤즈' 등 인디 브랜드를 발굴해 인수한 후 해외 진출을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순 유통을 넘어 브랜드 확장 과정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컬리는 '뷰티컬리'를 통해 초기 뷰티 브랜드를 선별하고 단독 기획과 큐레이션으로 노출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입점 이후 매출이 증가하며 인지도를 확보했다. 고객 데이터와 콘텐츠 노출이 브랜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유통 채널이 브랜드 성장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단순 판매를 넘어 브랜드를 얼마나 키워내느냐가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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