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CJ제일제당 대표가 실적 부진과 최근 불거진 설탕 담합 의혹 등 자사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예고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철폐하고 인공지능(AI)과 신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는 의지다.
손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제1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당사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고 회사 시스템과 문화를 밑바닥부터 다시 세우는 한편,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올해를 '성장과 혁신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네 가지 핵심 혁신 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K푸드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전략제품(GSP)의 성장 가속화 △미래 성장을 이끌 신사업 동력 확보 △AI 기반의 일하는 방식 혁신 △재무 건전성 강화와 주주가치 제고 등이다.
손 대표는 "마케팅과 R&D(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해 GSP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국가별 식문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과 프리미엄 브랜딩을 강화하겠다"며 "인구 고령화와 웰니스 트렌드에 발맞춰 고부가가치 헬스케어 영역을 육성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AI 기반의 레시피 개발, 개인화 서비스 등 혁신 기술을 확보하고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비핵심자산 유동화와 사업 구조 혁신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주주환원 정책도 지속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 등 비우호적인 경영 환경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주춤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0.4% 성장한 27조3426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0% 감소한 1조2336억원에 머물렀다.
사업 부문별로는 식품 사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속에서도 북미와 유럽 등 신영토 확대를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반면 바이오 사업은 라이신, 트립토판 등 핵심 제품의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약화됐으나, 원가 절감과 투자 효율화로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다는 설명이다.
올해 해외 시장 공략은 권역별 맞춤 전략으로 구체화한다. 손 대표는 "미주 지역은 피자 등 주력 제품의 리더십을 유지하며 아시안 시장을 확대하고, 유럽은 헝가리 신기지를 거점으로 만두와 치킨 등 핵심 제품의 제조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할랄 시장 공략과 국가별 전용 제품 출시를 통해 글로벌 성과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배당 정책은 유지된다. 손 대표는 "이미 지급된 분기배당을 포함해 연간 배당금으로 전년과 동일한 보통주 6000원, 우선주 6050원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이익 성장에 기반한 주주 환원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올해 CJ제일제당의 경영진과 임직원 일동은 K-푸드 영토 확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 체계를 전환하여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CJ제일제당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윤석환 바이오 사업 부문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외에 △제19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변경의 건 △이사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