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 올린 설탕·계란·밀가루 담합…'단맛' 내는 전분당 '쓴맛' 볼 차례

세종=박광범 기자
2026.05.24 06:30
밀가루 담합 7개 제분사별 과징금 내역/그래픽=이지혜

'담합과의 전쟁'을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생활물가와 직결된 원재료 시장 담합 단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탕과 돼지고기, 계란에 이어 밀가루 담합도 적발·제재하며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공정위는 오는 7월까지 음료수나 빵, 아이스크림 등에 들어가는 전분당에 대한 제재도 완료할 방침이다. 최대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6년간 밀가루 공급가격 담합 제재…역대 최대 '6710억원' 과징금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9일 전원회의를 열고 7개 제분사의 밀가루 담합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원 부과를 결정했다.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 1831억원 △대한제분 1793억원 △CJ제일제당 1317억원 △삼양사 948억원 △대선제분 384억원 △한탑 243억원 △삼화제분 194억원 등이다.

앞서 검찰 요청에 따라 지난 1월 7개 제분사와 임직원 14명에 대한 고발도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주요 수요처인 농심 등에 공급하는 전용분 가격·물량과 일반 기업 간 거래(B2B)용 표준 제품 공급가격 등을 짬짜미했다.

제분 시장은 원재료 공동 수입 등으로 비용 구조가 유사하고 제품 간 변별성이 낮아 공급가격이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 업계 차원의 담합 유인이 큰 시장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담합 기간 제분사 7곳의 평균 공급가격은 대폭 상승했다. 중력분 기준 평균 공급가격은 2019년 12월 킬로그램(㎏)당 507원에서 2022년 9월 ㎏당 820원으로 61.6% 상승했다.

밀가루는 라면과 빵, 과자 등의 핵심 원재료인 만큼 가격 상승 압력이 소비자 물가 전반에 미쳤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과징금에 더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 등이 담긴 시정명령도 7개 제분사에 부과했다.

이에 따라 7개 제분사는 개별적으로 담합 이전 경쟁질서를 회복하는 수준으로 밀가루 가격을 다시 정해 그 근거와 결과를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또 향후 3년 간 밀가루 가격의 변경 현황을 연 2회 공정위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설탕·돼지고기·계란 담합도 적발…다음은 전분당

공정위는 현재 '담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밀가루에 앞서 설탕과 돼지고기, 계란 가격 담합 제재도 마무리 지었다.

구체적으로 4년여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에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가격이 오르는 시기엔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공급가격 인상시기와 폭을 합의했다. 반대로 원당가격이 떨어지는 시기엔 원가 하락분을 더 늦게 가격에 반영하기 위해 원당가격 하락폭보다 설탕가격을 더 적게 내리고 인하시기를 늦추기로 뜻을 모았다.

공정위는 또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입찰가격이나 견적가격을 짬짜미 한 9개 돼지고기 가공·판매사업자들에 과징금 총 31억650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는 지난해까지 이어진 대한산란계협회(이하 산란계협회)의 계란 가격 고시를 지목하며 과징금 5억94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산란계협회가 정한 기준가격이 계란 산지가격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유통과정에서의 도소매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판단이다.

한편 공정위는 밀가루와 함께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으로 지정된 전분당 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전분당이란 전분유액을 산이나 효소로 가수분해해 단맛이 나게 만든 제품을 말한다. 물엿과 포도당, 과당 등을 통칭한다. 음료나 빵,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된다.

공정위는 앞서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전분당 제조 및 판매사들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사관이 조사한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사항 등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송부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다. 단,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진 않는다. 향후 독립된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추후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매출액을 약 6조2000억원으로 산정했다. 관련법령에 따르면 담합 행위로 영향 받은 관련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 경우 과징금은 최대 1조2400억원 규모가 될 수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TF(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지난 3월 공정위·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의 노력으로 빵,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의 가격 인하 확산까지 이어진 점에 대해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조만간 심의 예정인 전분당 품목을 비롯해 앞으로도 민생 밀접 분야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감시와 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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