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얼마 전 스페이스X의 상장으로 우주산업이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02년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가는 로켓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처음 설립했을 때만 하더라도 거의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스페이스X가 지금은 모든 산업 분야를 통틀어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우주산업에서 스페이스X가 이룬 가장 큰 혁신은 우주로 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로 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까지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던 발사체를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로켓 발사 비용을 낮추려면 로켓을 재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왜 스페이스X 이전의 기업들은 로켓 재사용 기술을 개발하려 하지 않았을까.
'화성협회(Mars Society)'의 설립자로 일론 머스크에게 화성으로의 꿈을 심어준 인물로 여겨지는 로버트 주버린(Robert Zubrin)은 그동안 재사용 발사체 개발의 길을 막고 있던 것은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가 시행하고 있던 실비정산계약 체계라고 지적했다. 실비정산계약은 개발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정부가 전액 지불하고, 거기에 더해 약 8~10퍼센트의 기업 이윤을 추가로 얹어주는 방식이다.
이런 계약 방식에서 기업은 비용을 절감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비용을 늘릴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비용을 합법적으로 늘이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기술 개발보다는 비용 처리와 정교한 서류작업이 더 중요해진다. 결과적으로 로켓을 개발하는 회사에 로켓을 만드는 엔지니어보다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를 만드는 행정 인력이 더 많아지게 됐다.
실비정산계약 방식의 가장 큰 수혜를 받은 기업은 ULA(United Launch Alliance)였다. ULA는 2006년 당시 우주산업 전체를 양분하고 있던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로켓 부서를 합쳐 만든 회사다. ULA는 미국 정부의 거의 모든 로켓 발사를 독점하면서 실비정산계약 방식을 최대한 활용해 엄청난 이익을 거둬들였다.
2010년대 들어 스페이스X가 팰컨9을 성공시키며 ULA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제시했음에도 미 국방부는 입찰 기회조차 주지 않고 ULA와 수조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해 버렸다. 스페이스X는 여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끝에야 군사 위성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실비정산계약 방식에 안주해 기술 혁신을 멈춘 ULA는 우주 시장 주도권을 스페이스X에 완전히 내주게 됐다.
현재 NASA의 계약은 대부분 고정가격과 마일스톤 달성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비정산 체제에서는 수많은 행정 인력이 영수증 처리와 서류작업을 해야만 한다. 작은 스타트업은 이런 행정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 마일스톤 방식은 영수증 검사 하지 않을 테니 약속한 날짜에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서류가 아니라 기술 개발에 전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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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스페이스X가 로켓을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작은 회사였을 때 NASA는 이 마일스톤 방식을 통해 상업용 궤도 운송 서비스(COTS) 계약을 맺었다. 탱크 제작 성공에 얼마, 엔진 시험 성공에 얼마와 같이 단계별로 돈을 주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스페이스X는 대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정가격 계약 방식에도 단점은 있다. 우주 기술은 가보지 않은 길이 많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기술적 난관이 발생할 수 있다. 원래 이 정도의 비용이면 개발이 가능할 줄 알고 고정가격 계약을 맺었는데 실제로 그 두세 배의 비용이 들게 되면 추가로 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작은 회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NASA는 이를 막기 위해 우주 기술 특성에 맞게 민간 기업과 공동투자하는 개념의 협정을 맺거나 마일스톤을 잘게 쪼개어 스타트업이 계속 현금을 수급할 수 있게 하는 보완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잘못된 제도와 정책은 국가적인 비용을 낭비할 뿐 아니라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고, 잘 설계된 제도와 정책은 혁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내고 살려낼 수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는 새로운 시장들이 열리는 시대이니 만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새로운 기업들의 등장으로 완성될 수 있다. 혁신의 길을 막지 않고 활짝 열어줄 적절한 제도와 정책이 어느때 보다도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