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0.1cm 두께로 얇게 채를 썰어주세요."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남 수서 풀무원 본사 3층에 위치한 지속 가능 식생활 조리학교인 풀무원의 '테이스티풀무원(Tasty Pulmuone)'을 찾았다. 이날 테이스티풀무원에서 직접 조리한 메뉴 중 하나는 봄 미나리와 메밀두유면을 김밥처럼 말아 낸 '두유면 미나리롤' 이었다. 테이스티풀무원의 셰프이자 이날의 조리 실습 강의를 맡은 대니얼 최 셰프는 기자들 앞에서 능숙하고 가벼운 손놀림으로 재료들을 손질해 보였다. 신선한 당근이 도마 위에 0.1cm의 두께로 질서정연하게 썰려 나갔다.
정작 기자 손끝의 당근은 제각기 다른 두께와 길이로 도마 위에 이리저리 흩어졌다. 채를 썰었다기엔 민망한 수준이었다. 조각을 주섬주섬 모아 소금과 후추를 뿌린 뒤 홀그레인 소스를 버무려 일단 당근라페와 비슷한 걸 만들었다. 김 위에 현미밥을 고루 펴서 올린 후 레몬마요소스에 버무린 메밀 두부면과 당근라페, 로메인, 미나리를 순서대로 올려 돌돌 말아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옆구리를 꽉 쥐고 칼로 썰어낸 뒤 맛을 봤다. 엉성한 모양새와 달리 신선한 봄 미나리의 향긋함과 메밀두유면의 담백하고 건강한 향이 입 안에 퍼졌다.
지난달 문을 연 테이스티풀무원은 약 82평(270㎡) 규모로, 기자처럼 영 요리에 젬병인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나 지속 가능 식생활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조리 교육 플랫폼이다. 단순 요리 강습을 넘어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식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풀무원이 제시하는 지속 가능 식생활이란 식물성 지향과 동물복지를 중심으로 식품을 선택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채소 중심의 식사 △통곡물 활용 △저포화지방 단백질 요리 △유연한 채식 실천 등 4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실습 전 배운 이론 강의의 핵심은 '211 식사법'이다. 식판을 4등분 해 전체 식사를 채소 2, 통곡물 1, 단백질 1의 비율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채소, 단백질, 통곡물 순서로 섭취해야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혈당 스파이크'와 이로 인한 가짜 배고픔을 막을 수 있다는 팁을 배웠다. 식사 후 포만감을 인식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분비되는 데 20분이 걸리기 때문에 열량이 낮은 채소를 먼저 30번씩 씹으며 천천히 먹어야 한다는 원리다.
풀무원이 조리학교 운영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경제력을 기반으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400만명을 넘어선 것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 번을 먹어도 제대로 먹는 '비움과 고밀도 영양' 트렌드 등이 놓여있다. 윤명랑 풀무원식품 글로벌마케팅총괄본부장은 "최근 젊은 소비자들이 풀무원 CS센터에 두부의 단백질 함량을 문의하거나 건강한 식단을 하고 싶은데 어떤 제품을 먹으면 되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식품회사로서 어떻게 하면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테이스티풀무원을 출범했다"고 설명했다.
풀무원은 이번 조리학교 프로젝트가 제품 홍보를 위한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한 사회 기여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향후엔 비만 위험이 높은 다운증후군 환아 가정을 위한 맞춤형 식단 가이드부터 20대 젊은 고혈압 환자를 위한 저염 급식과 배달 음식 대체 솔루션 등 구체적인 식생활 개선책도 제시할 방침이다. 김종남 풀무원식품 글로벌마케팅총괄본부 부장은 "칸 국제 광고제에 지속가능한 식생활 관련 광고 출품을 준비 중"이라며 "전 세계에 K-푸드 기반의 지속 가능 식단을 알리는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