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AI(인공지능)와 반도체·바이오·미래차 등을 앞세운 미래산업 공약으로 표심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계는 인력난 해소와 물류·인프라 경쟁력 등 기업 활동의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월 '중소기업이 이끄는 지방주도 성장'을 주제로 175개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중기중앙회는 지역 중소기업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저성장과 활력 저하 △인프라 부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비수도권 중소기업들은 수도권과 가장 큰 격차를 체감하는 분야로 인력 확보(66.2%)를 꼽았다. 이어 교통·물류·입지 인프라(51.2%), 투자·금융 접근성(30.2%) 순이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이 사람과 물류, 자금 조달 등 생산 기반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 공약은 대부분 미래산업 청사진에 무게가 실려 있다. 광주·전남은 AI와 에너지 산업, 전북은 새만금 산업단지와 이차전지, 충북은 오송 바이오 클러스터, 대전·세종은 딥테크 창업 생태계, 대구·경북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 부산·울산은 신공항과 물류·해양산업 연계 등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공약은 지역별 산업 구조를 어느 정도 반영한 미래산업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중소·중견기업계는 정치권이 'AI밸리'나 '메가 산업특구' 등 미래산업 육성 설계 방안에 집중하는 동안 정작 지역 내 기업들이 가장 시급하게 꼽는 과제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채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중기중앙회가 그간 정부와 지자체에 제안한 정책과제들을 살펴보면 청년 인재와 지역 기업 간 미스매치 해소, 리쇼어링 기업 유치, 전통 제조업 사업전환과 업종별 AX·DX(인공지능·디지털 전환) 지원 등 기업 활동 기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주 여건 개선, 금융 접근성 강화 등 삶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다.
아울러 지역 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에 대한 공약 자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부품과 기계, 조선 기자재, 식품·화학,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지역 고용과 수출을 떠받치는 핵심이다. 지역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지만 선거 때에는 대규모 예산을 앞세운 AI와 바이오·신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에 가려진다는 평가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규 산업 육성 경쟁만 과열되면서 정작 지역에 뿌리를 내린 기존 제조업 지원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래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역 고용과 수출을 책임지는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산업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제조기업 관계자는 "지역별 산업 특성을 반영한 공약들이 나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지역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기존 제조업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라며 "중요한 건 어떤 공약이든 실행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알맞은 지원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