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고, 줄여봐도… 치솟는 弗에 기업 마음 타들어간다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2026.06.11 04:06

식품·건축자재·시멘트… 비용절감 자구책 한계
정부 물가관리 기조에 가격인상도 쉽지 않아

고환율 공포에 곡소리내는 기업들/그래픽=김지영

# 건축자재업체 A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중반선을 넘나들자 원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PVC(폴리염화비닐)와 안료 등 주요 원자재 상당수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탓이다. A사는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원자재를 수입할 때 환율이 100원 오르면 140억원가량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회사 안팎에선 원/달러 환율이 계속 이런 추세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지 모른단 불안감이 감지된다.

국내 기업들이 환율 상승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원가와 물류비 관리에 나서지만 장기간 이어지는 정부의 물가관리 기조와 내수침체에 더해 고환율 악재까지 겹치면서 경영한계에 봉착했다는 토로가 나온다. 기업들의 자구책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하반기 실적부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요 식품기업들은 일단 정부의 물가관리 기조를 고려해 마케팅 비용감축, 대체원료 발굴, 신규원료 수급처 확보 등 비용절감 방안 마련에 주력한다. 식품 특성상 원료나 포장재 등을 변경하면 품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마저도 제한적이다. 해외매출 비중이 80%를 넘는 삼양식품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품기업이 비슷한 상황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나빴는데 2분기엔 환율 영향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일부 기업은 '생존'마저 위협받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주요 원자재 상당수를 수입하는 중소·중견기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환율상승에 따른 부담이 즉각적으로 원가에 반영되지만 이를 판매가격으로 전가하기엔 대내외적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어서다. 내수부진으로 가격인상 여력이 크지 않고 수요위축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멘트업계의 경우 건설경기 악화와 환율상승이란 이중고에 직면했다. 시멘트 제조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연탄과 석유코크스는 대부분 수입품이다. 시멘트 생산설비 유지·보수에 필요한 핵심부품인 클링커 등도 수입의존도가 높아 환율상승이 생산비 증가로 직결된다.

핵심원료인 펄프를 수입하는 제지업계의 고심도 깊다. 국제 펄프 가격이 지난해보다 15% 이상 오른 상태에서 환율상승까지 겹치며 부담이 가중돼서다.

한 제지업체 관계자는 "수출확대를 통해 일부 손실을 만회하려 하지만 환율상승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며 "상황이 장기화하면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구·침대업계도 위기상황이다. 목재와 가죽, 라텍스 등 주요 자재의 수입비중이 높아서다. 주택공급이 살아나지 못하고 내수침체로 판매량 회복이 더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마케팅 축소나 원료조정 같은 자구책은 이미 대부분 동원된 상태"라며 "올해 상반기 동안 누적된 고환율 관련 비용이 하반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많은 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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