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상비약) 품목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편의점의 '심야 약국'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약국 이용이 어려운 야간과 주말에 편의점을 상비약 구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품목 확대가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 거란 기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12월부터 편의점 판매 상비약을 현행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한다. 현재 편의점에선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등 상비약 13종에서 단종된 2개를 제외한 11개 품목만 판매한다.
편의점은 이미 약국 이용이 어려운 시간대에 상비약 구매 창구로 자리 잡았다.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과 휴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되면서 사실상 24시간 의약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편의점 주요 3사의 판매 자료를 살펴보면 상비약 구매는 약국 영업이 끝나는 시간대에 집중됐다. 3사 모두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과 새벽 시간대 매출 비중이 과반을 넘겼다. 올해 1~6월 기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매출 비중은 GS25는 57.2%, CU는 66.5%, 세븐일레븐은 57%로 집계됐다.
주말 수요도 두드러졌다. GS25의 토·일요일 매출 비중은 36.3%, CU는 43.4%, 세븐일레븐은 40%를 차지했다. 평일 매출 비중 평균이 11~12%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약국 이용이 어려운 휴일에 편의점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상비약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 규모도 커지고 있다. GS25의 상반기 상비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고 CU는 15%, 세븐일레븐은 7% 늘었다.
편의점업계에선 상비약이 편의점의 대표적인 목적 구매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품목 확대 시 이용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상비약은 계획 구매보다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발열 등 긴급한 상황에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품목이 확대되면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지고 약국 이용이 어려울 때 편의점의 보완 역할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편의점의 공공적 기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약 30만종, 영국은 약 1500종, 일본은 약 1000종의 의약품을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등 선진국들도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편 정부가 품목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의약품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 적지 않다는 점이 있다. 업계는 상비약 품목 확대가 이러한 의약품 접근성 격차를 일부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3636개 읍·면·동 중 약 15%인 556곳에는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이 모두 없다. 지난해 본지가 창간기획으로 약국과 상비약 판매점이 모두 없는 곳을 '무약촌'으로 규정해 보도한 이후 정부가 현황 파악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