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밭에 빠진 '테라 6만병'…40도 폭염 날려버린 전주가맥축제[리얼로그M]

이병권 기자
2026.08.10 10:26

하이트진로 2026 전주가맥축제…'당일생산' 테라 공급
사흘 동안 12만6000명 방문…역대 최대 흥행하며 성료

[편집자주] 유통을 비롯해 식품, 패션·뷰티와 중소·중견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는 머니투데이(M) 산업 기자들의 '현실 기록(Real+Log)'. 각 현장에서 직접 보고, 묻고, 듣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생생하게 풀어내 본다.
대학생 자원봉사단 '가맥지기'들이 허벅지 높이까지 차오른 얼음 수조(맥주연못)에서 맥주를 꺼내 양동이에 담는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 초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대학생 자원봉사단 '가맥지기'들이 종아리 높이까지 차오른 얼음 수조(맥주 연못) 속으로 손을 연신 밀어 넣었다. 얼음 더미 속에서 갓 꺼낸 병맥주를 양동이에 담아 건네자 맥주병 표면에는 어렴풋이 성에가 일었다. 손이 시릴 법하지만 얼음과 맥주를 나르는 이들의 손길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지난 7일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도 얼음이 가득한 맥주 연못 앞에선 맥을 추지 못했다. 지난 6~8일 전북대 운동장에서 열린 전주가맥축제는 사흘간 역대 최대 규모인 12만6000명의 방문객을 모았다. 해가 지자 7000석 규모 행사장은 순식간에 만석을 이뤘고 곳곳에서 "짠"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 친구들과 전주를 찾은 직장인 박창근씨(29)는 "가맥축제 일정에 맞춰 휴가를 냈는데 솔직히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방문을 망설였다"며 "하지만 얼음 양동이에서 막 꺼낸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 그런 고민이 싹 달아났다"고 웃어 보였다.

전주 시민 이혁상씨(43)는 "예전에 축제 초창기 때는 지역 주민 위주였는데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커다란 축제가 됐다"며 "가맥 문화가 생소한 사람들도 전주만의 문화와 맛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2015년 처음 시작한 전주가맥축제는 1980년대 전주 동네 슈퍼마켓에서 시작된 '가맥(가게 맥주)' 문화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가맥은 슈퍼마켓에서 맥주와 계란말이·먹태·과자 등 간단한 안주를 함께 즐기는 전주만의 독특한 음주 문화다. 전주 시내 곳곳에서 가맥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주가맥축제 현장을 즐기고 있는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하이트진로는 이번 축제를 위해 전주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테라'를 하루 1000케이스씩, 사흘간 총 3000케이스(약 6만병) 준비했다. 특히 올해는 행사장 밖에서도 당일 생산 맥주를 구매할 수 있도록 처음 포장(테이크아웃) 판매를 도입했다. 최근 출시한 '테라 스파클링' 시음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김지훈 하이트진로 특판전주지점장은 "당일 생산 맥주는 오직 전주가맥축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라며 "갓 생산된 맥주는 특유의 탄산감과 청량감이 가장 잘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또한 23년간 회사에 다녔지만 당일 마시는 맥주 맛은 이번에 처음 경험해 봤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연일 기승을 부린 폭염과 열대야는 축제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였다. 하이트진로는 행사 개막에 앞서 냉방 차량과 휴식 공간을 대폭 확충하는 등 안전 대책을 강화했다. 특히 현장에서 고생하는 300여명의 '가맥지기'를 위해 별도의 냉방 공간을 마련하는 등 온열질환 예방에 공을 들였다.

김 지점장은 "폭염 속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것이 맞는지 마지막까지 고민이 깊었다"면서도 "브랜드 홍보도 중요하지만, 축제가 지역 상권과 자영업자들에게 가져다주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철저히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윤숙희 전운가맥 대표. 10년째 전주가맥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이병권 기자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가맥축제는 어느덧 지역 상생을 대표하는 전국구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가 활성화되면서 여러 가맥집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는 효과도 얻었다. 올해는 전북대 인근 상권 60여곳과 연계했고 가맥축제에 참여한 가맥집에는 별도 참가비도 받지 않았다.

10년째 가맥축제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 전운가맥의 윤숙희 대표는 "축제 규모가 커질수록 홍보 효과가 커지고 하이트진로가 지정한 인증 업소로 인정받으면서 매출 상승세도 매년 커지고 있다"라며 "요즘에는 타지역 지인들이 먼저 축제에 대해 물어보고 외국인들의 참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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