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면 10년, 기다릴 수 없다"…'매일 올 이유' 만드는 가전 양판점

유예림 기자
2026.09.08 16:31
/사진제공=롯데하이마트

국내 가전 양판점들이 가전 판매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커머스의 가전 판매 확대와 제조사 직영 판매에 더해 대형가전 교체 수요까지 둔화하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순매출은 1조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39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자랜드를 운영하는 에스와이에스리테일은 지난해 영업손실 204억원을 기록하며 마찬가지로 적자 폭이 커졌다. 매출은 521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다.

가전 양판점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는 대형가전 수요 자체가 줄어든 점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대형가전 교체 수요가 증가한 이후 재구매 시점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대형가전의 교체 주기는 통상 8~10년이다.

이커머스의 성장도 양판점의 입지를 줄이는데 한몫을 했다. 제조사가 자체 온라인몰이나 직영 매장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사례도 늘었다. 이에 롯데하이마트는 '가전 구매부터 관리까지 책임지는 곳'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심 케어(Care)'다. 가전 보험과 수리를 비롯해 가전 클리닝, 홈 인테리어 등 제품 구매 이후 필요한 서비스를 롯데하이마트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 기사가 고객 집을 방문해 가전을 분해한 뒤 세척하고 살균하는 가전 클리닝이나 가전 무타공 설치 등 상품 연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제조사들이 품질 보증 기간을 1~2년 보장하는 것과 달리 제품에 따라 최대 5년까지 책임지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안심 케어는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매출은 연평균 56% 늘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가전과 서비스를 함께 구매하는 고객의 비율인 연동구매율도 2023년 15%에서 올 상반기 52.5%까지 높아졌다.

대형가전의 긴 교체 주기를 보완하기 위해 비교적 구매 빈도가 높은 모바일·IT 제품에도 힘을 싣는다. 휴대폰이나 이어폰, 주변기기 등은 냉장고나 세탁기보다 구매 주기가 짧고 매장 방문 빈도가 높다. 2월 재단장한 잠실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키보드 매장 타건샵을 마련하고 PC를 조립할 수 있는 커스텀 PC 전문관도 배치했다. 모바일·IT 매출은 1분기 15.3%, 2분기 13.7% 증가했다.

매장 구성도 체험과 취미를 즐기는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카메라 동호인을 위한 공간이 대표적이다. 동호회 갤러리,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취미와 커뮤니티를 매개로 한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늘어난 고객 접점을 기반으로 다른 가전제품 구매까지 연결하는 게 목표다.

전자랜드는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스크테리어와 컴퓨터, 게임 기기 등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겨냥해 디지털 집약 매장을 확대한다. 특히 용산점에는 IP(지적재산권) 전용관을 조성해 팝업 콘텐츠 등을 선보인다.

업계에선 양판점 경쟁 구도가 과거처럼 '어느 매장이 더 많은 가전을 갖췄느냐'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형가전의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온라인 구매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서비스와 IT, 취미 콘텐츠 등 매장을 찾을 이유를 얼마나 다양하게 만들어내는지가 생존을 좌우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판점은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해졌다"며 "서비스와 소형·IT 제품, 체험 콘텐츠를 통해 매장을 찾는 빈도를 높이고 이를 구매로 연결하려는 전략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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