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크린수 공개한다고 불법 관행 사라질까

양승희 기자
2015.01.13 08:31

지난해 국내영화 관객 수는 2억1500만 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역시 3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했지만, 점유율은 50.1%로 최근 4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등 외국영화에 밀리고 ‘역린’ ‘군도’ ‘해무’ 등 유명 감독과 배우를 앞세운 기대작들이 줄줄이 실패한 상황에서도 한국영화가 1억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1760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과 900만에 육박한 ‘해적’ 덕분이다.

하지만 흥행작의 활약 뒤에는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그늘이 숨어있었다. ‘명량’은 투자배급사 CJ E&M이 CJ CGV를 이용해 개봉 첫날부터 상영관 1159개를 확보하면서 스크린을 장악했고, ‘해적’ 역시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롯데시네마를 장기 점령하면서 86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다.

대기업이 배급한 몇 작품에 ‘관객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소규모 영화가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들었다. 대형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며 승승장구할 때 소형 영화들은 극장에 한 번 걸리지 못하고 불법 유통되거나 관객들의 평가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른바 ‘스크린 몰아주기’가 심각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상영입장권 통합전산망을 통해 상영 중인 영화의 스크린 수 및 상영 횟수를 공개해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막겠다고 나섰다. 김희범 제1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관람객 및 언론이 지속해서 관찰한다면 몰아주기 관행이 사전 예방될 것으로 기대하며, 차별 행위가 발생할 경우 차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의 기초 자료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배급에서 상영까지 영화 유통망을 장악한 가운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문체부의 결정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스크린 수와 상영 횟수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영화계의 해묵은 불법 관행이 해소되고, 작은 영화들이 극장에서 밀려나지 않을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불법이 발생한 다음 처벌하는 것에 방점을 찍을 것이 아니라 작은 영화들이 부당한 이유로 사전에 극장에서 밀리는 일이 없도록 상영기간 보장,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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