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하는 일은 마트 진열대에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지만 유통업 인턴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방학을 이용해 대학에서 운영하는 현장실습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대학교 4학년생인 김 모씨의 말이다. 그는 학교와 협약이 체결된 대형 마트에서 주 5일, 하루 8시간씩 160시간을 일하면 3학점을 인정받게 된다. 정규학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근무시간에 따라 최대 15학점까지 인정받는 것도 가능하다. 대학생들이 이력서에 인턴 경력 한 줄을 적기 위해 값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저임금 노동까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도 할 말은 있다. 삼성그룹이 올 하반기 공채부터 직무적합성평가를 도입하는 등 주요 기업들이 최근 들어 채용전형에서 직무 관련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수업만 들었던 학생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학점을 주고 취업에 필요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 대학 측의 입장이다.
최근 여러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학교 측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는 이와 관련, 교육부에서 연간 수십억원의 관련 예산을 지원받을 뿐 아니라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주 5일, 하루 8시간씩 노동력을 제공하는 학생들에게 등록금까지 받고 있어서다.
기업은 대학이 소개한 학생들을 무급이나 최저임금 기준을 지키지 않고 고용할 수 있다. 현장 실습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에서다. 교육의 이름으로 스펙쌓기가 필요한 대학생들의 열정을 이용하는 셈이다.
취업준비생 100만명 시대, ‘지식의 상아탑’으로 불리던 대학이 인턴 중개소 역할을 맡는 것은 스스로 경쟁력 없는 대학교육의 실상을 인정하는 꼴이다. 대학이 당장의 정부지원금에 목을 매기보다는 진정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중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데 앞으로 더욱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