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도입 서둘러야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2015.04.15 07:58

최근 삼성은 애플의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애플페이에 대적하기 위해 미국의 신생벤처기업인 루프페이를 인수하였다. 루프페이는 설립된 지 3년도 안 되는 기업으로 2013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초기투자를 받아 시작한 회사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23억달러에 인수한 오큘러스VR 또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유치로 시작하여 세계 최고의 가상현실 기기 개발사로 성장하였고 현재는 글로벌 제조사들과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준 벤처기업협회장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소액을 모아 초기 사업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위의 사례와 같이 신생기업들이 초기투자를 받을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일뿐더러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기도 한다.

현재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2012년 4월 미국의 '창업기업지원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 제정은 세계적으로 크라우드펀딩 제도화에 촉매가 되었다. 이어서 이탈리아도 취약한 경제 재도약을 위해 '창업을 위한 혁신과 성장촉진을 위한 법안'을 제정,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했다. 또한 영국은 2013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를 처음 인정하였고 일본도 2014년 5월에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제도화하였다.

이렇듯 선진국들이 크라우드펀딩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17년간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의 65%를 신생 벤처창업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세계의 선진국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혁신역량 제고와 고용 없는 성장의 해결방안을 벤처창업에서 찾고 있고, 이들 창업기업들이 초기에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안 중의 하나가 크라우드펀딩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사회적으로 심각해지는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창조경제 달성을 기치로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초기 벤처기업에 자금을 수혈해 줄 수 있는 엔젤투자 기반이 미흡한 상황에서 창업자들은 대부분 금융권의 융자를 통해 창업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창업자 연대보증은 실패비용을 과도하게 높여 창업을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IBK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후반과 30대 중반의 청년이 창업한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은 38% 수준이다. 다산다사(多産多死)라는 벤처 특성상 이는 일반적인 수준이지만 생존하지 못한 62%는 창업자 연대보증으로 인해 재기가 불가능한 인생의 낙오자로 전락하게 된다.

투자 중심의 창업환경을 가진 선진국들과 달리 융자중심의 창업환경과 창업자 연대보증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우리나라에 크라우드펀딩 도입이 가지는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에 우리나라도 일본보다 1년이나 빠른 2013년에 크라우드펀딩 법안을 발의하였으나, 2년 동안 투자자보호 등의 논의과정을 거치느라 도입이 지연되어 왔고, 이번 달 임시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합당한 절차와 치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소액 분산투자에 의한 투자리스크 감소와 인터넷 사용자의 집단지성에 의해서 검증이 이루어지는 크라우드펀딩의 메커니즘도 이해해야 한다.

창업·벤처기업이 융자가 아닌 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하면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가 용이한 창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크라우드펀딩 법안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