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한국의 성장판, 딱 여기까지인가?

정영록 기자
2015.05.08 07:20

최근 성장동력 찾기가 난관에 부딪친 것으로 비쳐진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언론까지 일본을 때리면서도 우리 경제가 일본형 경제를 답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딱 여기까지인가?"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보인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섭취한 많은 현대적인 요소를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 데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긴 호흡으로 전 국민이 나서 다시 우리나라 운영 전반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 첫째가 발전방향을 신중하고도 심각하게 다시 설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익숙한 20세기형 운영체제는 배고픔을 극복하는 비정상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하면서 많은 것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게 왜 필요했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어쨌든 우리는 단군 이래 최초로 세계국가로 성장했다. 무역은 10위권 국가며 한류, 김연아, LPGA 연승 등을 거쳐 세계 200여개 국가 중에서 적어도 상위 10%에 드는 G20국가에 들어섰다. 기적이다. 그만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지금 우리나라를 구성하는 모든 국민이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노력한 결과였다. 그러면 앞으로의 국가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겠는가? 우리가 현재 가진 자산을 재평가, 이를 배경으로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할지를 정말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는 지도자의 몫만이 아니고 우리 전체의 고민이라고 본다.

둘째, 조직문화를 비서문화에서 업무 중심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많은 경우에서 본 현상이지만 조직 수장의 역할이 절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못 살고, 영세조직 하에서의 현상인데 이것이 아직도 사회 전반을 지배한다는 것은 우리의 불행이다. 그 결과 많은 인력이 조직의 장 주위를 맴도는 낭비를 엄청나게 하지는 않는지?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우리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지도자는 많은 권한을 아래에 위임하고 그 대신 현장을 철저히 점검하는 방법은 어떨까?

셋째, 정말로 세계화해야 한다. 국토면적이나 인구규모 면에서 국내에만 머물기에는 부적합하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현대 이전에 세계화를 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최근 50여년은 세계무역 체제를 최대한 활용, 세계국가로 진입했다. 세계화를 서구화 한 방향으로만 주로 인식, 우리의 사고체계는 서구를 모방하는데 그치는 어정쩡한 상태에 있다. 네덜란드처럼 지구의 방방곡곡을 누비는 세계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화를 멀리서 찾지 말고 중국과 일본 등 바로 인근 국가와의 교류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학문체계 토착화 작업을 거쳐 새로이 수립해야 한다. 혹자는 이를 곡학아세라고 폄훼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 국가의 학문체계는 궁극적으로 현장에 근거해야 한다. 발전된 학문체계로 사회발전을 이끌 것이다. 철학도, 역사도 현장에 바탕하지 않은 것은 죽은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체계가 정착된 것도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수만 명의 해외 학위 소지자가 귀국해서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배운 것은 방법론일 테고 지금의 임무는 새로운 시각, 방법론으로 우리의 문제를 슬기롭게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일 게다. 이 차원에서 학문체계를 한국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없이는 우리의 토착적인 발전을 설명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단지 외래학문을 우리나라에 실험해 보았다는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없다. 하기에 따라서는 딱 여기까지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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