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변신왕' GE가 던진 교훈

박종구 기자
2015.05.13 07:36

미국의 대표적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인 주도 하에 제조, 미디어, 금융 등을 아우르는 복합기업에서 원자력, 항공엔진, 의료기기 중심의 제조업체로 회귀하고 있다.

GE는 1878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한다. 세계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4위에 선정될 정도로 기업이미지가 좋다. GE는 1981년 잭 웰치가 최고경영인이 되면서 대대적인 사업개편에 착수해 1, 2위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불필요한 인력은 가차 없이 잘랐다. 그가 ‘중성자탄’이라는 닉네임을 듣게 된 까닭이다. 돈 되는 기업은 적극 인수했다. 미국 3대 지상파채널인 NBC를 사들였고, GE캐피탈을 세계적 금융기관으로 성장시켰다. 금융과 제조부문의 결합이라는 거대한 실험을 시도했다. GE는 이상적인 산업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갈채를 받았다.

2001년 취임한 이멜트는 전임자가 구축한 GE제국을 견실히 이끌었다. 대규모 인수·합병을 지양하고 금융부문이 제조부문을 적극 뒷받침하는 수익모델을 견지했다. 금융부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비대해졌지만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은 별로 없었다. 적어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질 때까지는.

금융위기는 GE를 강타했다. 특히 ‘돈 버는 기계’라고 칭송받은 GE캐피탈이 직격탄을 받았다. 위기에 직면한 GE의 행보는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로 잘 요약된다. 2010년 이후 본업인 제조 경쟁력의 강화에 올인했다. 이멜트는 2010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특강에서 “잭 웰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새롭게 나가야 할 때”라며 대변신을 예고했다. NBC를 미국 최대 케이블그룹 컴캐스트에 넘겼다. 지난해에는 국민기업이나 다름없던 가전사업부를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에 매각했다. GE는 매각자금으로 프랑스 알스톰의 에너지사업을 인수했다. 에너지기업을 지향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결정이었다.

지난달에는 265억달러에 달하는 부동산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팔았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GE캐피탈도 매각하기로 했다. 블랙스톤, KKR, 아폴로 메니지먼트 등 거대 펀드가 인수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GE캐피탈은 2007년에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창출했지만 지난해에는 42%까지 떨어졌다. 자산가치가 2000억달러에 달하는 캐피탈 매각을 통해 2018년까지 금융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을 10% 미만으로 낮출 계획이다. 뉴욕타임스 제임스 스튜어트는 “모든 사업에 진출한 GE 시대는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대대적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GE가 새롭게 변신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01년 9·11사태 직전 취임한 그는 그 후유증으로 항공·발전·재보험사업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개편을 계기로 ‘이멜트의 GE’를 선언한 셈이다.

노엘 티시 미시건대 경영학 교수는 “GE는 환경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왔다”며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GE는 크로톤빌 연수원을 통해 우수인력 양성에 노력해왔다. 중간관리자의 능력과 애사심이 강하다. 부서간 칸막이도 적고 최고경영인 승계 과정도 잘 짜여있다.

GE의 개혁이 우리나라 기업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동부·동양·STX·웅진그룹의 몰락은 시대 흐름에 맞추어 변신을 거부한 것에 대한 시장의 응징이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그룹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은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것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다.

다음으로 핵심역량이 없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백화점식 경영이 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을 키운 기업만이 생존한다. 소니·캐논· 블랙베리·노키아의 위기는 이를 생생히 증언한다. 재계는 “끊임없이 GE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 고민하고 있다”는 이멜트의 고언을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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