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정부는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지속적인 수출부진과 메르스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걸려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유통·관광·문화·여가산업 등 서비스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활력 강화와 구조개혁 가시화를 기치로 하반기의 경제정책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위축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년고용 활성화, 소비여건 개선, 서민과 중산층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과제이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구조개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야심차게 추진하였으나 그 성과가 지지부진하였던 노동, 금융, 공공, 교육의 4대 개혁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가시화시켜 나갈 것인지가 이번 정부발표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4대 개혁과제 중에서도 핵심은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고용의 확대와 장년층의 고용안정, 근로자들간의 소득격차 완화 및 노동시장 유연안정성을 통해 근로자들의 소득수준 향상과 기업경쟁력이 함께 확보되어야 경제의 지속성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노사정위원회의 활동이 비록 대타협이라는 종착역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노사정간에 노동시장 개혁과제에 대하여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위주로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구성하였음을 밝혔다.
구체적인 노동개혁 과제로서 일자리 창출과 격차해소를 위하여 임금피크제 도입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비정규직 보호 등 노동시장 격차 해소 그리고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통한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1단계 개혁과제로 분류하고, 인력운영 합리화와 사회안전망 확충 등 유연안정성 제고를 2단계 개혁과제로 제시하였다.
우선 1단계 개혁과제는 지난 6월 17일 정부가 제시한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번 정부발표에서 제시된 개혁과제 중에서 2단계 개혁 방안의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집중될 전망이다. 2단계 개혁과제는 인력운영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와 사회안전망 개선 등 한국형 유연안정성 확보를 핵심내용으로 한다.
인력운영 합리화는 능력중심 사회에 맞춰 인력운영 제도와 관행을 선진화하는데 초점을 맞춰 채용, 평가, 보상, 능력개발, 배치전환, 근로계약 종료 등 기업 인력 운영 전반에 걸쳐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정립하는데 방향을 두었다. 그리고 사회안전망 확충은 실직자의 생활안정 및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구직 기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실업급여제도의 개선 방안이 주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은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점을 당부하고 싶다. 먼저 1단계 개혁과제 중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명확화는 이미 노사정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져 있는 입법사항이다. 따라서 정부와 입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속하게 입법화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 격차해소를 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이나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정책은 사안의 성격상 노사정대화를 기다릴 것 없이 정부가 직접 추진하면 되는 과제이다. 반면에 2단계 개혁과제로 제시된 것은 노동계가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번 노사정대타협이 결렬된 것도 정부가 제시한 인력운영의 합리화가 결국 사용자가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하고 근로조건을 마음대로 변경하기 위한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2단계 개혁과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재가동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유연안정성과 같은 노동시장 개혁 이슈들은 결국 노사정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