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느 나라에서 국회가 주파수 정책을 결정하나.”
700㎒ 주파수 대역을 초고화질(UHD) 방송 용도로 주자는 국회 의견에 전파 학계마저 단단히 뿔났다. 최근 한국전자파학회 주최의 ‘700㎒ 정책 토론회’는 국회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115개국이 700㎒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거나 확정했다. 우리나라만 방송용으로 재할당하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다는 지적부터 국회가 700㎒ 주파수 분배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행정부 권한 침해를 넘어 ‘의원들의 사익 개입’이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의 반응은 여전히 모르쇠다. 심지어 재난망 용도를 제외한 700㎒ 전체 대역을 방송용으로 주고, 다른 주파수 대역에서 통신용을 찾아보라고 요구한다. ‘국회가 지상파 방송(지상파)을 일방적으로 편든다’는 비판을 오해라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명분은 ‘보편적 서비스’와 ‘공익’이다. ‘지상파=공익’, ‘통신사=사익’이라는 등식이다. 지상파는 진짜 공익만 추구할까.
민영방송사인 SBS나 50인치 이상 몇 백만 원 짜리 TV를 구매해야 제대로 시청할 수 있는 UHD 방송을 보편적 방송으로 봐야 하는지는 논외로 치자.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급증 추세대로라면 내년쯤 서울에서 휴대폰 동영상 서비스가 원활치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3600만명이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불편은 ‘공익’과 무관한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표한 ‘2014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작년 지상파가 케이블TV나 IPTV 업계로부터 받은 ‘재송신 매출’은 전년보다 23.6% 급증했다. 지상파의 재송신 매출은 2011년 345억원에서 지난해 1551억원으로 연평균 65% 정도 증가했다.
재송신 매출이 이렇게까지 확대되는 과정에서 유료방송과 지상파와 갈등도 상당하다. 철마다 반복되는 지상파의 재송신 대가 인상 요구에 소송은 끊이지 않고, 급기야 ‘모바일 Btv’ ‘U+HDTV’ 등 일부 모바일 방송에서는 지상파 실시간 방송이 중단됐다. 시청자들은 이미 “지상파? 끊으면 못 보지”라며 체념한다. 유료방송 시청자들 역시 그들이 말하는 '보편적 방송 서비스'를 시청할 권리가 있는 국민인데도, 이들의 권리는 늘 뒷전이다.
지상파는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 가격의 적정성만 중요하지 소비자 불편에 대한 책임을 나눌 생각은 없는 듯하다. 지난 2일 재송신 분쟁 해결을 위해 정부 주도로 마련된 ‘지상파 재송신 협의체’ 킥오프 회의에도 지상파들은 불참했다. 현재 진행 중인 유료방송과의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에서다. 지상파들은 향후 협의회 참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지켜봐야 알 일이다.
적정 가격이 아니면 서비스 중단쯤은 아무 일도 아니고, 모든 걸 ‘민사’의 영역인 ‘법대로’ 해결하라는 식의 지상파 행동에 ‘공익’을 함부로 붙이지 말자. 지상파는 이미 차고 넘칠 만큼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