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영국 과학잡지 포커스는 1997년에 독자들을 대상으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 100가지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영국인들은 놀랍게도 화장실을 첫 번째로 꼽았다. 생활방식의 변화에 혁명을 가져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두 번째로 유용한 발명품은 컴퓨터, 세 번째는 불이 선정됐다고 한다.
최근에 이런 조사가 있었다면 어떤 발명품이 첫 번째로 꼽힐까? 인류의 수명연장에 혁신적으로 기여한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이 선정될 수 있을 것이다. 통신, 카메라, 컴퓨터 등의 기능이 모두 담긴 스마트폰이 될 수도 있다. 요즘처럼 폭염과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날이면 에어컨을 선택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인류 최악의 발명품은 무엇일까. 2007년 영국 BB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은 무기(weapons)로 선정되었다. 휴대전화기, 핵전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류 최고와 최악의 발명품은 모두 시대를 떠나 한 가지로 귀속된다. 대부분의 발명품이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화학제품이라는 것이다. 화장실, 컴퓨터 등을 만들기 위한 부품, 에어컨을 만들기 위한 부품과 냉매가스 등이 모두 화학제품으로 이뤄졌다. 항생제와 같은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즉 화학제품이 인류를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최고의 발명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화학물질로 만든 제품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면서 또 최악의 발명품이 될 수 있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그 이중성이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재난은 화학물질의 특성을 반영한 체계적인 관리와 전문성이 부족해서 발생했다. 1950~1960년대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 독일산 진정제 탈리도마이드 사건, 1984년 인도 보팔에서 발생한 메틸이소시아네이트(MIC) 누출사고,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2013년 미국 텍사스주 비료공장 사고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 사회는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인간의 건강과 환경보호, 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화학물질관리법인 리치(REACH)를 2007년 6월에 시행했다.
화학산업 세계 5위인 우리나라도 이런 국제적 추세에 맞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법률(이하 화평법)’을 2013년 5월에 제정했고 올해 시행 첫 해를 맞이했다. 화평법은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제품의 경쟁력도 확보하고 화학물질을 잘 모르고 사용해서 발생했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마련한 법이다.
정부는 화학산업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화평법’을 이행할 때 도움을 주고자 화학안전 산업계도움센터 운영, 권역별 설명회 개최, 규제여부 자가진단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화평법 전반에 걸친 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1대1 현장 컨설팅인 일명 ‘찾아가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화평법 전문가들이 기업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이나 제품 목록의 작성에 도움을 주고 화학물질의 등록과 이행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최근 들어 전세계에 걸쳐 화학물질 및 제품의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기업의 경영활동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화학물질과 제품에 대해 막연히 걱정하고 있는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면 화학물질 관련 기업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이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을 위해 화학물질의 위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주요 교역국인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으로 화학제품을 수출하려면 해당 화학물질의 정보도 함께 알리며 수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화학물질의 지속가능한 판로를 위해서 신뢰성 있는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화학물질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고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화학제품이 인류 최대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이 더 없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정부도 기업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지원 사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인류 최고의 환경 선진국이 되는 길은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