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인 입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야

[기자수첩]코인 입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워서야

김도현 기자
2026.04.03 05:00

[the300]

"모두 허탈해 하죠."

최근 기자와 만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소속의 복수 여권 관계자들이 입을 맞춘 듯 한 말이다.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반대했지만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푸념이었다.

정부·여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에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기로 가닥을 잡았다. 법안 제정을 실무적으로 맡은 의원과 보좌진, 자문단의 강한 반대에도 정부의 강경한 규제안을 수용한 당 지도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부 논리는 이렇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공공 인프라여서 소수 대주주 개인의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분 분산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에선 가상자산 시장 성숙기에 가해지는 전형적인 사후 규제라며 반대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위헌성'을 문제 삼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 대체 수단을 제안했다.

돌이켜 보면 법안 논의 초기 단계엔 지분 제한 문제가 테이블에 아예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등장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과도한 규제 배경을 두고 구설이 이어졌다.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처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정이 목표로 했던 법안 처리 시점은 당초 작년 말이었다. 그런데 정부안은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중동발 위기 대응의 시급성과 입법조사처의 위헌성 지적 후 재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중 발의가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여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이 핵심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도 못잖게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환율 안정화 측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많다. 속도전이 핵심이란 얘기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국내 코인 시장의 입지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점은 발빠르게 법안 마련을 위해 움직였던 국회 실무진의 노력이 강한 규제를 고수하는 정부와 당 지도부의 판단에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입법 속도전을 입으로만 외칠 게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더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내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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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도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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