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3사는 지난 2분기 4조75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중국시장에서 매출이 32%나 격감했다. 삼성전자 휴대폰은 애플 화웨이 등에 밀려 중국 시장점유율이 4위로 주저앉았다. 20개 대표 제조업체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제조업체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임금이다. 노동생산성은 2001~2013년 3.1%에서 2011~2014년 1.2%로 떨어졌다. 반면 실질임금은 계속 상승한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생산원가를 100으로 칠 때 우리나라는 104로 미국보다 높다. 생산성에 근거한 임금인상이 시급하다. 독일도 높은 임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2년 이래 단위당 노동비용이 연 2.4% 상승했고 앞으로 10년간 30%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23.7만명의 미니잡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임금과 제조업 경쟁력의 상관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GM과 크라이슬러가 2009년 파산 위기에서 살아난 것은 이중임금제도 덕분이었다. 크라이슬러는 숙련근로자에게는 시간당 28달러, 신참근로자에게는 19달러의 임금을 줘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과도한 규제는 또다른 경쟁력 저해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정부의 규제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기업비율은 55.3%로 지난해 조사치(31.0%)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규제개혁으로는 추락하는 기업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으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1%대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이 ‘뉴 노멀’이 되는 상황에서 암덩어리 규제를 최소화해 기업에 숨돌릴 여유를 주어야 한다.
중국 프리미엄도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차이나 리스크’가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0.4%, 올 상반기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주요 수출품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성장둔화에 따른 수입수요 감소와 저가공세에 나선 중국업체와의 가격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국간 기술격차도 빠르게 줄어들어 주요 10개 업종의 기술격차가 2년 미만으로 축소됐다. 대중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시장트렌드에 부응하는 맞춤형 수출전략을 깊이 고민할 때다.
‘엔저’와 ‘아베노믹스’로 무장한 일본기업의 변신이 무섭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1년 2월~2015년 2월 엔화가63.9% 평가절하된 반면 원화는 1.8% 절상됐다고 분석했다. 엔저로 무장한 일본제품은 미국·중국·유럽시장에서 우리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신일철주금 등 주력 제조업체의 변신도 발빠르다. 히타치는 가전부문을 과감히 접고 수익성이 높은 산업인프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바꾸었다. GE, 지멘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인프라기업을 지향한다. 도시바도 반도체 등 비교우위 품목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전략을 펴고 있다. 1999년 소위 원샷법인 ‘산업활력법’이 제정된 것도 제조업 부활에 크게 기여했다. 아베노믹스로 실적이 호전된 일본 제조업체는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최대규모의 설비투자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해외생산 기업 중 13%가 본국으로 유턴했다고 한다. 엔저로 채산성이 향상된 것이 주된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 제조업 부활의 생생한 사례다.
무엇보다 절박한 것은 기업가정신의 부활이다.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회장이 보여준 사업보국 자세와 모험정신이 실종되었다. 수성 중심의 안전경영으로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을 넘어섰다. 칼리 피오리나 휴렛팩커드 전 최고경영자는 “미국경제가 세계를 이끄는 것은 기업가정신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혁신과 구조개혁으로 무장한 제조업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임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