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늘어나는 정신질환 수용자 (上)

조현병, 치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수용자가 6000명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범률이 높아 전체 수용자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면 재범률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정신질환 수용자는 △2021년 4869명 △2022년 5622명 △2023년 6094명 △2024년 6274명 △2025년 634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정신질환 수용자는 2021년에 비해 30% 증가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용자는 5만2368명에서 6만4800명으로 19%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신질환 수용자가 크게 늘었지만 관리하는 의사는 전국에 단 3명뿐이다. 진주교도소에 1명, 동부구치소에 2명 근무한다. 이중 동부교도소 1명은 서울대와 맺은 계약에 따라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어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
의사가 없는 다른 교정시설에서는 원격진료, 초빙진료, 외래진료 등을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치료감호소에 수감된다. 다만 치료감호소가 포화 상태여서 중증 질환자도 치료감호소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신과 의사를 늘리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현재 각 교정시설은 의무관을 1~4명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를 뽑으면 다른 분야 의사가 적어질 수밖에 없어 그것 역시 부담이 크다. 또 정신과 의사를 뽑으려고해도 교정시설에 대한 거부감이나 금전적 조건이 맞지 않아 고용이 쉽지 않다.
정신과 의사가 적다보니 정신질환 수용자 치료는 요원하다. 오히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잦다. 교정시설 특성상 약물 처방 및 복용에 한계가 있어 증상에 맞는 세밀한 약물 처방이 불가능하다. 발작 증세 등 갑작스러운 증상이 생길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역 병원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제때 약을 먹지 못해 난동으로 번지는 사례도 많다. 난동 과정에서 일반 수용자는 물론 일반 교정 직원이 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교정시설 내에서 재범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치료를 받지 못해 다시 범죄에 연루되기도 한다. 2020년 경찰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률은 66.7%로 전체 범죄자 재범률인 43.3%보다 높았다. 범행 동기가 사라지면 범행을 멈추는 일반 범죄자와 달리 정신질환 범죄는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규철 서울동부구치소장은 "정신질환 수용자를 관리하는 건 '일당백'이라고 불린다. 한명을 관리하기 위해선 100명이 달라붙어도 힘들기 때문"이라며 "동부구치소는 시범적으로 전문의를 파견받아 수용자를 관리하고 있는데 성공적이어서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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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을 앓고 있는 김모씨는 건물방화 등으로 전과 8범이다. 그는 투약을 거부했다가 증상이 악화해 구치소 벽, 방충망, 문 등에 변을 바르는 행동을 했다. 수용관리팀이 흥분을 달래려 했지만 김씨는 통제 불능 상태였다. 결국 김씨는 치료감호소로 이송됐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김모씨는 특수강도미수 등 전과 4범이다. 구치소에서 하루는 정신과 약을 거부한 후 증세가 심해져 근무자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침을 여러 차례 뱉기도 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자해행위를 하던 중 갑자기 하의를 벗고 울음을 터뜨렸다. 구치소는 그를 보호의자에 앉혀야 했다.
교도소에서 정신질환 수용자로 매일 전쟁 중이다. 의료진들은 적절한 투약과 심리상담을 병행하면 정신질환 수용자의 행동 교정이 일정 부분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신질환은 크게 조현병 등 정신증과 우울증 등 신경증으로 분류된다. 신경계통은 적절한 투약으로, 정신계통은 심리상담으로 행동이 개선할 수 있다. 또 정신질환자의 행동이 교정되면 재범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국립법무병원 주치의를 거친 차승민 아몬드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은 "정신질환에서 기인한 범죄가 있는데 정신질환자는 치료하면 재범을 막을 수 있다"며 "가장 경제적인 재범 방지"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질환 수용자들의 치료는 개인의 복지가 아니다"라며 "이들을 치료해 제2, 제3의 범죄를 막는 건 우리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정시설에서 수용자에 대한 투약 등 치료를 적절히 하는 것은 난도가 높은 일이다. 마약류 관리 등으로 교정시설 내 반입할 수 있는 약물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전문의가 부족해 적기에 처방이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 수용자가 투약을 거부하면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긴급사태가 발생하고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정신질환 수용자들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신질환 수용자들로부터 육체적·심리적 상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신질환 수용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석방 후 재범을 저질러 다시 수감될 수 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증상의 악화에 대한 초기 징후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맞춤형 접근을 하지 않으면 정서적 취약성이 높아 역으로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신질환자 수용자가 내부에서 난동을 부릴 때 대부분 이유는 투약 시기를 제대로 못 맞춰서 그런 것"이라며 "관리만 잘 해준다면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