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불완전한 광복의 완성

정태연 기자
2015.08.26 03:19

우리나라의 처지나 입장을 설명할 때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래서 꽤나 상투적으로 들리는 문구가 바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관한 것이다. 한반도가 전략적 요충지로서 갖는 정치적, 군사적 위상은 늘 우리나라를 열강의 각축장으로 만들었다는 이 오래된 해석이 요즘처럼 설득력 있게 들리는 때도 흔하지 않다. 오늘날 여러 외부 세력이 바다와 육지에서 때로는 침략과 약탈의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내면서 우리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심하게는 침탈하는 것이 우리의 냉정한 현실이다.

돌아보건대 우리 사회는 일제의 식민지라는 총체적 암흑기를 거쳐왔다. 1910년 경술국치부터 1945년 해방 때까지 우리는 식민지 국민이라는 억압과 핍박을 속절없이 받아왔다. 이런 우리가 이 근대사의 질곡에서 벗어난 지 어언 70년이 지났다. 이 사건의 시간적 의미를 드높이기 위해 올해도 광복절 기념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이중 참신하고 뜻깊은 행사 중 하나가 7월14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된 유라시아 친선특급 행사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베를린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1만4400㎞에 이르는 열차대장정에 각계 인사와 다양한 경력의 국민들 그리고 취재진 등 총 250여명이 참여했다.

동북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개선을 기치로 한 이 행사는 불완전한 해방을 완성하기 위한 우리의 뜻이고 몸짓이다. 우리 민족은 일제의 폭압에서 벗어났으나 분단이라는 또 다른 굴레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이 역사적으로 결코 별개가 아닌 이상, 우리 민족은 아직도 일제의 잔재로부터 온전히 해방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통일을 염두에 둔 행사는 광복의 의미를 민족적 차원에서 제대로 짚어보고 실현하겠다는 뜻을 품은 것이다. 민족의 장래를 큰 틀에서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식견이 있을 때 가능한 행사다.

이와 함께 이번 광복절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을 재차 문제시했다. 최근 일본은 제국주의적 속성을 다시 드러내면서 우리의 안위를 위협한다. 과거 침략행위를 미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영토를 탈취하려는 탐욕의 마수를 거침없이 내보인다. 역사적으로 왜구세력이 우리나라를 침략한 횟수가 총 780여회라고 하니 그들의 속성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삼국시대 이전에만 20여회일 뿐 그들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적게는 380여회, 많게는 487회나 이 나라를 무수히 침략하고 약탈했다. 이쯤되면 그들은 호전적 성격의 민족임에 다름아닌 듯 보인다. 그들을 경계해야 할 충분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 나라의 해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을 위한 자리가 이번 광복절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마땅히 그런 자리를 마련해서 그분들의 숭고한 뜻을 받드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안타까운 점은 민족과 국가를 위해 희생한 대다수 사람 그리고 그들의 후예들은 여전히 매우 열악한 사회적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 어려운 것은 차치하고라도 심리적으로도 그들은 허허롭기 그지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린 사람들을 진정으로 높이 받들고 있는지 되짚어볼 때다. 소수 몇 사람만을 위한 행위는 그저 구색을 갖추는 기능밖에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광복(光復)이란 빛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잃었던 국권을 회복하여 국가와 국민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는 이 나라의 광복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 덕분에 국가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 사람들의 희생에 힘입어 국민으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 우리와 이 사회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오늘날 그에 합당한 명예로운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면 이제 우리가 그들의 명예를 회복해줄 차례다. 이러한 일 역시 광복의 큰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때만 실천 가능한 일이다. 완전한 광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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