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중 무비자 허용, 무작정 미룰 수 없어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5.09.22 03:24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한·중 관광우호 교류단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당시 '우호교류의 밤' 행사에서 중국 측이 무비자 정책을 제안했다. 국민 삶의 질과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동시에 둔화되고 있는 자국 경제를 반등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에겐 중국 측 제안 배경보다 우리의 입장이나 현주소를 확인하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득실을 따지는 게 중요해 보인다.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이 확대되고 있다. 저성장구조가 고착화 된데다 청년실업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현상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광산업은 중국 관광객의 급속한 증가로 두 배, 세 배의 양적 성장을 계속해오다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당초 올해 외래 관광객 유치목표였던 1550만 명은 물 건너가고 1200만명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경쟁국 일본은 올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외래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개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비자 협정이 체결된다면 우리에게 어떤 편익과 비용을 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무비자가 실현되면 국외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바운드 관광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인에게 무비자를 허용할 경우 2019년까지 1400만 명에서 1500만 명 정도의 관광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제까지의 중국 관광객 씀씀이를 고려해볼 때, 이만한 관광객 증대는 우리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중국 관광객을 운송할 항공사는 물론이고 백화점, 면세점, 여행사, 숙박업체, 음식점과 최근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화장품 등 한류수혜산업의 동반 활성화가 일어날 것이다. 특히 산업특성상 일자리 창출효과가 뛰어난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면 고용문제가 상당부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관광산업측면에서 무비자 정책 도입으로 의미 있게 기대해볼 수 있는 효과로 개인 관광객 증가를 꼽을 수 있다. 개인 관광객의 증가는 기존의 단체관광 중심에서 발생한 많은 사회적 문제들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중국의 체면을 세워줘 한·중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무비자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중국인 불법체류 증대와 저품격 관광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고, 부족한 관광수용 태세로 관광객 만족도 저하와 국민 불편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걱정은 중국에 대한 관광시장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무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자는 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어차피 할 거라면 전략적 대응을 통해 선점효과를 놓치지 않아야한다. 당장 하자는 말은 아니다. 단계적이지만 시기를 앞당기자는 것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그대로 감수하자는 것도 아니다. 불법체류와 저품격 관광을 예방하고 숙박 등 수용태세를 확충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범정부적 테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한편 예산과 전담조직의 역량을 적정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고 이들을 따뜻한 눈길로 봐줄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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