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의 병행, 즉 사시 존치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사시 존치가 로스쿨의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로스쿨에 대해서는 ‘돈스쿨’이니 ‘현대판 음서제’니 하는 여론 흡수성이 매우 강한 왜곡된 이미지가 고착되어 왔다. 그런 이미지의 반복 구현을 통해 사회구조에 대해 형성되는 우려와 분노가 실체와 관계없이 로스쿨에 표출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은 모든 문제에 직접 이해당사자들 만큼 깊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판단하지 않는다. 돈스쿨, 현대판 음서제 같이 쉬운 도식은 쉽게 접수되고 표현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그 자체로 다시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준다. 누군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만약 광고 카피였다면 큰 성공작이다.
우선 로스쿨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법조 진출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통계와 부합하지 않는다. 특별전형과 장학금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이 법률가가 되는 길은 훨씬 넓어졌다. 서울대의 경우 2015년 신입생 기준으로 가구 연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학생은 28명(18%)에 달했고 2015년 2학기 인원 대비 장학금 수혜율은 45.7%다.
등록금은 일반 대학원보다 비싸지만 로스쿨은 3년 과정이고 9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일반 대학원은 2년 과정이고 대개 24학점을 이수한다. 대학교육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법률가 모델은 대학과정의 전문소양을 갖춘 후 법학교육을 받게 한다는 입법적 결정의 소산이다. 즉, 그러한 투자는 필요한 것으로 하자는 사회적 합의다. 무엇이든 비용과 투자가 전혀 필요 없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가치는 투자와 상관관계를 갖는다.
취업에서 집안의 영향력이 작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이것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그런데 이것을 로스쿨의 문제로 보는 것은 좀 엉뚱하다. 계층 고착화라는 사회 전반의 문제다.
사시는 아쉽지만 떠나보내는 것이 옳다. 물론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많았던 제도다. 특히 공정성의 대명사로 여겨서 우리 사회 전반의 부패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대학입시와 함께 유례없이 깨끗했던 제도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유수의 인재들을 배출했다. 그러나 법률가가 되기 위한 자질을 사시로만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시 시절, 법학공부는 학교 밖 사설기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기이한 형태였으며 대학의 전 학과에서 혼자 힘으로 시험에 매달리는 학생의 수가 상당했다. 현대와 미래 사회의 복잡하고 새로운 법률문제는 그런 과정으로 양성된 법률가상과 맞지 않는다.
‘희망사다리’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과 조급한 영재들이 사시를 선택하는 순간 로스쿨 도입의 취지는 퇴색될 것이다. 존치규모에 따라 전 캠퍼스의 고시원화가 재연될 위험도 있고 대학교육 전반에 왜곡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취지와 내용이 다른 두 제도의 경쟁은 성립되기 어려우며 장기적으로는 과거형 법률가 경력 추구가 비중을 높이면서 로스쿨이 동력을 상실할 위험도 있다. 사시 폐지는 수년 전 예고된 것이다. 입법기관이 내린 엄중한 결정이며 로스쿨은 그 결정에 의한 미래예측을 기초로 운영되어 왔다. 존치된다면 법률의 내용을 전제로 많은 결정을 내린 사람들의 손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법률가가 되려 하는 개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지향 모델을 설정하고 제도를 통해 사회적 진전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이제 사법시험을 역사의 훌륭한 한 페이지에 담아 잘 떠나보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