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봄. ‘인간의 얼굴을 한 공산주의’를 주장한 개혁파 알렉산더 두브체크의 집권으로 시작된 ‘프라하의 봄’은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다. 동서 대립이 한창이던 냉전시기,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었던 시장경제와 자유의 바람은 소련을 중심으로 한 바르샤바 조약군의 프라하 침공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수많은 사람들이 투옥됐고, 고국을 등진 채 탈주하는 등 자유를 염원하던 시민들의 좌절은 깊었다. 1980년대말 고르바초프의 등장으로 소련이 개혁개방을 선언할 때까지 20여년간 ‘차가운 사회주의의 겨울’은 계속됐다.
우연의 일치일까. 냉전이 가져온 분단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 온 ’대한민국의 수출‘도 차가운 겨울을 지나고 있다. 저유가와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전 세계적인 교역감소 등으로 월별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 하락을 기록하는 등 ’전례 없는 수출전선의 고전‘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출시장의 부진에도 선전하고 있는 곳은 있게 마련.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고 건설경기가 호조인 베트남과 한국산 자동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사우디 등에서는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이 중부유럽의 ‘비세그라드’ 그룹(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4개국의 중유럽 지역협력체) 국가들이다.
사실, 우리 기업들의 중유럽 시장 진출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현대차는 2009년 일찌감치 체코 노소비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구축했고, 생산된 차량들은 유럽연합(EU) 내 서유럽 시장으로 관세 없이 팔려 나가고 있다. 독일 등 인근국가에서 밀려드는 주문으로 주말근무까지 불사할 정도다.
조기 진출을 통한 ‘현지화 전략’ 외에, ‘현지 소비시장의 성숙’도 우리 기업들에게는 유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체코 등에는 최근 LTE 통신 인프라망이 구축되면서 스마트폰 등 한국산 통신기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중동부 유럽’은 서유럽 시장을 겨냥한 생산기지 정도로만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소비시장과,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 등으로 ‘소비시장으로서의 매력’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기준 ‘비세그라드’ 4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4%로, 유럽연합국가의 평균(1.9%)을 압도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2005년 기아자동차가 슬로바키아 질리나 소재 현지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던 당시 프로젝트금융 조달을 위한 보증지원을 제공하는 등 ’미래시장‘인 이곳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통령 순방을 통해 현지 수출입은행 및 투자진흥공사와 공동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우리 기업들의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금융 인프라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긍정’과 ‘도전’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세계적인 수요 위축과 교역감소 속에서도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순위는 6위로 한 계단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교역감소라는 ‘삭풍’의 겨울을 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새롭게 부상하는 수출시장 ‘중부유럽’에서 ‘수출의 봄(春)’을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