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이 서로 ‘내 얘기’라며 감정이입을 했던 웹툰 원작의 인기드라마 ‘미생’은 대기업 직원들의 애환을 디테일하게 그려내 인기를 누렸다.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원인터내셔널’이라는 가상의 대기업 종합상사 직원이다. 바로 해외에 우리 제품을 파는 일을 하는 곳이 작품의 배경이었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은 이 드라마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봤던 듯했다. 수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은 사실 드라마속 ‘미생’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바로 대기업이 갖고 있는 ‘막강한’ 인프라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시장분석 부서로부터 해외시장 동향에서 해당 국가의 법령, 규제를 망라한 리포트를 받고, 현지 지사를 통해 바이어 및 해당국 규제기관을 직접 연결받는 것은 물론 통관 및 유통까지 ‘아이템’만 정해지면 자체 인프라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너무 부러웠다는 얘기다. 이는 수출 중소기업들에 가장 절실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최근 극심한 수요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중소기업인들은 잘 알고 있다. 이들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비롯해 주요 수출국과의 협정을 통해 새롭게 열리는 해외시장 기회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원인터’가 아니다. 현지 유통망 구축은 고사하고 진출하고 싶은 나라의 시장정보도 깜깜하다. 해당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필수적인 받아야 할 인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취득할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막대한 비용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청의 ‘해외규격인증획득(고부가치분야, 중국집중) 지원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 인프라 역할을 조금이나마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작은 보람을 느끼는 이유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하는 중소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은 눈물겹다. A사는 중국 정부의 ‘두 자녀 정책’ 시행이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중국 진출을 모색했다. 하지만 당장 중국 현지 시장정보를 어디서 얻어야하는지부터 막막했다. 제품의 해외인증 취득, 통관, 현지 유통망 구축, 홍보 등 수출을 위한 전 과정에서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을 해야했다.
이런 중소기업들에 그나마 해외시장으로 가는 ‘동아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운영하는 ‘수출지원 인프라’다. A사도 우연한 기회에 ‘해외규격인증 획득 지원사업’을 통해 인증정보 및 수출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중국 인증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이라는 숙제 앞에서 뭘해야할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태여 수출주도형 한국 산업구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사활을 걸고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미생’ 중소기업들이 ‘완생’이 될 수 있도록 수출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금지원뿐 아니라 해외시장 동향과 각종 규제에 관한 정보제공, 해당국 정부 및 기관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규제 대응, 시험인증기관 현지화를 통한 현지 대리인 및 유통구조 구축 서비스 등 지원사업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하루속히 수출 중소기업들이 '원인터’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수출 지원 인프라가 갖춰지기를 기대하며, 그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각오도 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