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독일과 한국 경제모델, 무엇을 배울 수 있나

장시정 주함부르크총영사
2016.02.03 03:27

지난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제조업종 산업전시회인 노르텍(Nortec)이 열렸다. 주로 독일내에서 500여 업체가 참가하는 중소규모의 전시회이지만 제조업 최강국 독일의 현 주소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3D프린터와 3D프린터에 의한 적층가공기술이 세계최초로 적용된 3-D컨셉카, 그리고 작업장에서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스마트 협업로봇의 시연도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제조업은 이미 2011년부터 동종기업 간 경쟁이 아닌 무한경쟁을 예고하는 제 4차 혁신단계로 접어들었다.

독일경제의 성공비결은 엔지니어 중심의 제조업이다. 90년대에 이미 많은 나라들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떠나 금융 등 서비스산업으로 갈아탔고 영국같은 나라에선 자동차산업을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당시 독일은 조소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주변의 상황을 관찰하면서 신기술을 현실에 맞게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독일의 산업전략은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그 빛을 발했다. 여기에 '아젠다2010'을 통한 노동개혁과 맞물리면서 독일은 '유럽의 환자'에서 '유럽의 기관차'로 떠올랐다.

필자는 지난 1월 독일 사립명문 부체리우스로스쿨에서 독일과 한국의 경제모델을 주제로 강연했다. 독일은 전후 한국전쟁의 특수에 힘입어 1950년대에 114%의 성장을, 60년대에는 54%의 고도성장을 실현한 바 있지만, 독일모델은 정부와 기업, 노사가 함께 가는 체제로서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는 느리나 안정적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90년대 많은 선진국들이 제조업의 한계를 느끼고 변화를 시도했을 때 유독 독일만 제조업을 떠나지 않았던 것도 천천히 가는 독일모델의 특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로스토우의 경제발전 5단계론에서 볼 때도 독일이 '이륙단계'에 들어간 것은 영국보다 대략 75년이 뒤진 1850년 경이었지만,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유럽의 꿈’에서 이제 21세기적 도전에 맞서 독일모델이 영미모델보다 더 적합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모델은 지난 1960년대부터 30년간을 연평균 8%의 성장을 달성하면서 한국을 아시아의 최빈국에서 OECD와 G20, 무역고 1조달러의 경제강국으로 발전시켰다. 이제 한국은 '혁신과 경쟁'을 기반으로 구조개혁을 통한 중장기적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할 때이며, 특히 급격한 고령화현상이 진행되고 있어 안정적인 장기적 성장을 위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2016년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우리가 독일과 나란히 1-2위를 차지했지만, 생산성 부문에서 두 나라가 모두 부진함을 보이고 있다. 독일도 지난 십여 년간 신규투자가 저조하였고, 독일이 자랑하는 균형재정도 이런 관점에서 비판받고 있다. 독일경제연구소의 프라쳐 소장은 "균형재정이 호경기일 땐 좋지만, '신성한 암소'는 아니다"라고 독일정부의 소극적 투자정책을 비판하였다. 아울러 한국이 고등교육 부문에서 최고의 우월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 교수가 지적한 한국의 과도한 고등교육 현상과 맞물려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경제모델을 지향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일모델의 장점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중견, 중소기업과 이를 받치고 있는 직업교육제도는 적극 고려해봄직 하다. 독일식 직업교육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운 과제다. 직업학교는 정부가 설립하지만 직훈생들에게 실습의 기회와 보수를 주는 것은 기업이며, 훈련 후 이들을 채용하고 진로를 열어주는 주체도 기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 전체 구성원의 인식과 격려도 중요하다. 지난 12월 만난 지몬 교수는 고교졸업생의 70%가 대학에 가는 한국의 과도한 교육열을 지적하면서 독일에서 대학 대신 직업교육을 받은 전문기능인들이 히든챔피언을 움직인다며 우선 한국 청년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정부, 기업, 사회가 다같이 그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