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1억원’ 수입을 벌어들이는 작가가 수십 명이라는 웹소설 분야에는 ‘쓰기 원칙 십계명’이라는 게 있다. 그중 몇 개만 소개하면 이렇다.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문단 개념을 잊어라’ ‘한 문장마다 줄을 바꾸고, 한줄을 띄어써라’ ‘이야기는 서사 대신 대화형식으로 써라’ ‘독자들은 화면을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올리는 걸 귀찮아한다는 걸 명심하라’ 등이다.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 콘텐츠가 중요한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대부분의 기존 형식과 내용이 ‘파괴’됐다. 철저히 요즘 독자들에 맞춘 글쓰기 요령인 셈이다.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성향을 파악하면 웹소설의 소재와 주제도 일원화하기 쉽다. 로맨스 웹소설의 경우 주인공은 뻔하다. 반드시 백마 탄 왕자가 남자 주인공이어야 하고, 여자 주인공은 그와 사랑에 빠지는 가난한 신데렐라다.
21세기에 웬 동화 같은 이야기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되레 지금의 독자를 끌어들이는 로맨스 소설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법칙으로 성공한 모델이 많기에, 이 법칙을 벗어나는 건 작가들에겐 ‘금기’다. 예를 들어 한 작가가 당일 연재분을 송고했을 때, 플랫폼 편집자가 읽다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으면 ‘빨간펜’으로 그은 뒤 다시 돌려보낸다.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편집자의 의도에 작가가 철저히 맞춰야 하는 셈이다.
모든 웹소설 작가가 이 법칙을 따르는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이 규칙에 맞춰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장르 중심의 웹소설이 ‘영혼없는’ 흥미 위주의 공장식 상품주의로 흐른다는 부정적 시각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웹소설은 무한 진격 중이다. 원인은 무거운 소재보다 가벼운 오락성, 빠른 전개의 임팩트 있는 스토리 등 내용의 차별화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최신 기술에 적응한 ‘맞춤 형식’에 있다.
난다긴다하는 기존 순수 문학가들은 최신 기술의 변화, 특히 ‘모바일 온리’ 시대의 기술을 문학의 본질을 훼손하는 불편한 도구쯤으로 보고 있다. 한 편집자가 기성 작가의 작품을 모바일에 실으면서 모바일에 최적화한 양식으로 문단을 정리하자, 그 작가가 노발대발했다는 일화는 더이상 화젯거리도 아니다. 순수문학 작가에겐 문단 하나 바꾸는 것도 ‘작가주의 훼손’으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소설 작가들의 작품은 2013년 이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조정래의 ‘정글만리’, 정유정의 ‘28’ 이후 소설은 큰 위기에 놓였다. 소설 분야 판매량도 2년 사이 2배가량 떨어졌다. 반면 웹소설은 매년 2, 3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기성 작가들은 이제 모바일 시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문단이나 행간, 줄의 바뀐 형식에 집착할 게 아니라 순수든 장르든 자신만의 표현으로 요즘 독자들과 모바일로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다. 웹소설에는 ‘글쓰기 십계명’에 기댄 글뿐만 아니라, 순수 작가들의 힘 있고 진중한 언어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 작가들이 신문에 연재소설을 실었을 때, 원고지 6, 7매 분량으로 내용 연결이 어렵고 문학성이 사라졌다며 개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인호, 황석영, 박범신, 이문열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은 이 연재로 그들의 실력과 끼를 재평가받았다.
모바일은 신문 연재의 또 다른 도구다. 그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는 프로메테우스가 될 것인지, ‘순수’라는 이름에 갇힌 시시포스의 신화로 머물 것인지 선택은 오로지 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