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의 기세가 무섭다. 미국 아이오와주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백중승부를 펼치고 뉴햄프셔주에서 완승을 거둠으로써 돌풍을 예고했다.
샌더스는 버몬트주 상원의원으로 1981년 벌링턴시장을 시작으로 진보적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불평등 해소를 핵심 정치 어젠더로 제시했다.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 이상 차지하는 지나친 불평등 때문에 중산층이 몰락한다고 우려한다. 빅머니를 주범으로 본다. 대통령후보 경선출마 선언에서 그는 “대기업·월가·제약회사·언론사의 힘이 너무 강해 나라를 바꾸고 중산층과 근로자가 원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치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회가 정치자금에 지배당해 유권자가 바라는 것을 외면한다는 것이다.
불평등 시정을 위한 정책 대안으론 첫째로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을 주장한다. 2010년에 도입된 건강보험개혁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3000만명 이상이 혜택을 못 받고 있다. 둘째로 공립대학 등록금을 면제해 중산층 가계를 압박하는 교육비용을 대폭 줄인다는 내용이다. 셋째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인 대형 은행을 해체해 대마불사(大馬不死) 관행을 없애려 한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폐지된 글라스-스티걸법을 부활해 은행의 투기적 행태를 차단할 계획이다. 넷째로 부자증세를 통해 인프라나 교육 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 한다. 다섯째로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고 근로자의 출산휴가를 의무화하며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민법 개혁을 지지한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린든 존슨, 버락 오바마가 구축한 복지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진보적 정책을 제시했다. 재원조달 방법이 관건이다. 보건전문가 케네스 토프 에모리대 교수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 도입하면 샌더스의 추정액보다 2배가량 소요된다고 주장한다. 증세가 불가피해 중산층에게 적잖은 재정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골드만삭스 같은 정치권력은 50억달러의 벌금을 내고도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며 월가의 탐욕을 비판하지만 도드-프랑크 금융개혁법을 개정하는 것은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록금 면제 등도 입법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는 미국의 힘이 쇠퇴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포퓰리즘적 화두를 던진 반면 그는 사회주의적 개혁의 담론을 제시한다.
힐러리가 이성을 상징하는 정치인이라면 그는 가슴을 강조한다. 힐러리가 경험과 대선 승리 능력을 역설하는 반면 그는 정직성과 공감으로 어필한다. 샌더스의 최대 강점은 유권자들이 그를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ABC TV와 워싱턴포스트 공동조사에 따르면 48대36으로 힐러리보다 더 정직하고 신뢰가 가는 정치인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힐러리는 준비된 가장 훌륭한 후보”라며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지했다.
유권자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변화의 희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2008년 오바마는 스스로를 변화를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부각시켜 대권을 잡았다. 그러나 많은 정치공약이 사장됐다. 지지자들은 샌더스가 오바마가 구현하지 못한 꿈을 재연하기를 희구한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관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두 후보가 일종의 ‘충성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힐러리는 4년간 국무장관으로서 오바마와 호흡을 맞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반면 샌더스는 대통령과의 독대는 단 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소원한 편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갈스톤은 “오바마는 힐러리를 자연스런 후계자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주장한다.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의 비중이 높은 네바다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이어지는 경선에서 아웃사이더의 돌풍이 계속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