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7월 정홍원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참석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자살 예방을 위해 착화탄, 일명 '번개탄' 규제가 논의됐다는 뉴스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식이면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한강 다리는 물론 높은 건물은 모두 철거하고 수면제 제조를 금지해야 한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내리는 전형적인 미봉책이다.
자살해야 할 이유가 차고도 넘치는 현대사회에서 그래도 한 번 더 마음을 고쳐 먹게 만들게 끔 사람간 인정이 통하는 사회, 국가 시스템이 이를 지원하는 사회를 만들도록 궁리했어야 했다.
2년도 더 된 번개탄 규제논의가 생각난 건 저출산 해소를 위해 지난 22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워크숍 내용을 보면서다.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핵심과제를 집중 점검하고 점검 횟수를 늘리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수립된 핵심과제에는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안정을 강화하며 난임 지원, 맞춤형 돌봄확대, 교육시스템 개선 등이 담겼다. 아기를 낳고 양육하는 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읽히긴 한다. 문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세태의 근본적 이유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흙수저'라도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많았다. 지금은 고액의 대치동 학원이 아니고서는 '용'이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여러 통계가 이 사실을 입증해준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 시대에 흙수저의 대물림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지방에 사는 한 지인은 자녀가 주말이면 KTX를 타고 강남 학원가를 오가는 통에 'KTX가 절름발이 교육 평준화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너진 건 공교육뿐 아니라 지방 교육 시스템도 포함된다.
학부모는 교육에서 경제적·지리적 불평등을 탓하고 있을 틈이 없다. 소득의 상당부분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한다. 자녀의 출세에 앞서 부모 허리가 휜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중은 2000년 6.8%에서 2014년 10.2%로 뛰었다. 여기에 노후준비까지 더해져 삶은 나날이 팍팍하기만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디플레이션이 가세해 자산가와 중산층, 저소득층간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아이 키우기도 버거운 판에 내 아이가 출세할 가능성조차 낮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면 아이를 낳지 않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물론 사교육 개혁의 필요성이 도처에 널려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 누구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책을 꼼꼼하게 점검하겠다는 건 논리적이지 않을뿐더러 효율성도 떨어진다.
요즘 같은 세상에 총선과 다가올 대선에서 진보·보수를 떠나 어떤 후보든 사교육 전면 개혁을 공약에 내건다면 당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감히 장담한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 개혁뿐 아니라 저출산, 지역 균형발전, 부동산 문제 등 갖가지 사회·경제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서 풀어내겠다는 의지 표현이며 대다수 부모가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