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컬처’ 시대다. 심심할 때 간식으로 먹는 스낵처럼 바쁜 현대인들은 콘텐츠도 간단히 즐기려는 욕구가 크다. 인터넷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고 짧고 다양한 글'이 읽히는 시대다. 언론사들도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변화에 나섰다.
한때 '~하는 5가지 이유' 등의 형식으로 핵심을 순서대로 나열한 '리스티클'(Listicle, 리스트와 아티클을 합친 신조어)과 요점 정리된 카드를 한 장씩 보는 '카드뉴스'가 뉴미디어의 콘텐츠로 인기를 끌더니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됐다. LA타임스, 로이터, 포브스 등의 언론사들이 로봇 저널리즘을 활용해 지진, 스포츠, 금융, 날씨 관련 속보와 기사를 이미 내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빨리 국내에 도입되다니 기자 입장에서 조력자가 될지 경쟁자가 될지 혼란스럽다.
기사뿐만 아니다. 버즈피드와 피키캐스트는 움짤과 짧은 글을 섞어서 만드는 콘텐츠로 뉴미디어 중 최고 트래픽을 만들고 있다. 가장 트렌디한 SNS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짧은 비디오를 제작 중이다. 지난주 스페인에서 열린 MWC에 등장한 조나 페레티 버즈피드 창업자는 1분짜리 짤막한 영상을 보여주며 "모바일, 소셜, 그리고 비디오를 융합한 결과물이 차세대 미디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너무 빨라지다 보니 짧아진다.
급변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언론사들의 이 같은 실험은 당연하다. 데이터 분석, 소통, 그리고 디지털 혁신 등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형식적 혁신을 외쳐도 본질적 혁신은 이뤄지지 않았다. 거기엔 '콘텐츠가 최고'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변화 시기에 언론이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얼마 전 한 포럼에서 만난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은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기술이 구현된 인터랙티브 기사, 즉 일회성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돈을 들이면 웬만한 회사는 잘할 수 있습니다. 길고 짧은 글을 떠나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짧아야 산다'는 언론 환경이 정답일까 고민하던 중 흥미로운 조사 결과에 눈길이 갔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들이 만든 미디엄이 자신의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읽는데 ‘7분’ 걸리는 것이 최선의 글 길이였다고 발표한 것. 7분까지는 글이 길수록 히트작이 많지만 7분을 넘어 길면 길어질수록 체류시간이 줄어든다. 다소 의외다.
그렇다면 7분짜리 글이면 뭐든 잘 읽힐까? 김 소장은 "긴 기사라면 본문 곳곳에 '흥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읽혀야 한다. 모바일에서 긴 글이 안 읽힌다는 것은 착각이다. 길어서 안 읽히는 것이 아니다. 쓸데없이 긴 글이 안 읽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좋은 이야기는 읽힌다는 얘기다.
다시 저널리즘의 본질을 생각할 때다. 변화는 적극적으로 추구하되 본질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좋은 이야기'는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