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배지 다는 노동계, 대타협 파기 떳떳한가

세종=이동우 기자
2016.03.30 14:21

[기자수첩]

“ ‘9·15 사회적 대타협’ 파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 번 파국을 맞은 사회적 합의가 어떻게 다시 회복될 수 있을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 1월 한국노총이 9.15 대타협 파기를 선언하자 노동법 전공인 어느 교수가 한 말이다. 어떤 문제라도 노사정이 대타협이라는 ‘신뢰’의 틀 안에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틀은 깨졌고, 추진 동력을 잃은 노동개혁은 반쪽짜리로 남아 여전히 표류 중이다. 그로부터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지금, 노동계에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며 대타협 파기를 주도했던 한국노총의 핵심 지도부 3명이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정당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내부 규약을 피하고자, 사표도 냈다.

한국노총 조직원들도 배신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가장 실망감을 느끼는 이들은 노동개혁 5법의 통과를 기대했던 국민과 대다수의 근로자였다.

노동계의 반발로 폐기된 기간제법은 기간 연장 외에 3개월만 일해도 퇴직금을 주고, 위험한 일에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항을 두고 있었다. 대타협이 깨지면서 출퇴근 시에 산업재해를 보장하는 산재법,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등은 국회서도 처리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국노총 간부들은 여당의 의원 배지를 향해 달려갔다. 세 명 중 임이자 전 한국노총 여성담당 부위원장은 당선 안정권인 비례대표 4번을 받았다. 반면 이병균 전 사무총장과 김주익 전 수석부위원장은 심사에서 탈락해 모양새만 구겼다.

이들의 공천신청을 노사정위의 한계를 절감하고 국회에 입성해 서민과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칭하며 정부와 여당의 논리를 반대하던 이들이 정작 여당 공천신청을 받으려 했던 시도가 얼마나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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