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개운치 않은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홍정표 산업1부 차장 기자
2016.04.24 14:30

[우리들이 보는 세상]비리로 얼룩진 헬기 도입 재개될 수도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비리로 얼룩진 1차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에 물의를 빚으며 선정된 영국 아구스타 웨스트랜드(AW)가 추가 수주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상작전헬기 사업은 2007년 합동참모본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해군 보유 노후헬기 '슈퍼링스' 교체를 위해 1조40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2차에 걸쳐 총 20대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5890억원이 투자된 1차 사업은 AW의 '와일드캣' 8대 도입을 확정했고, 나머지 12대를 위한 2차 선정 작업이 조만간 시작된다. 와일드캣은 우리 군의 요구조건에 미달한다는 문제가 제기돼 아직 납기가 완료되지 못했고, 선정과정에서도 비리가 포착됐다.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AW의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14억원을 챙겨 쇠고랑을 찼고, 전·현직 해군 장성 7명이 구속기소됐다.

뒷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함모씨는 약식 기소됐다. 방위사업청은 2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도입시 무기 중개상을 배제토록 규정하지만, 함모씨는 무기중개상이 아닌 컨설턴트로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무기도입 산업은 자금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으로 '한탕주의'가 만연하다. 1990년대말 미모의 로비스트 린다 김이 무기 도입 중개 과정에서 거액을 챙겼다고 알려지면서, 무기 도입 사업은 한 건만 성사시켜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면 국내 생산보다 저렴한 예산으로 성능이 입증된 무기를 확보할 수 있다지만, 무기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로 수사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기 중개상들은 해외 무기 도입 자체에선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고 무기 운용·유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속 사업권을 따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화시켰다.

무기 도입은 한 번으로 끝나지만, 해당 무기에 사용되는 부품과 보수정비 사업은 수 십년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무기 중개상들은 시험평가서를 조작하며 전방위로 로비를 한다.

군납 비리가 반복되는 것은 관련자 일부만 처벌되기 때문이란 것이 업계 시각이다. 방산 전문가는 "돈 준 곳은 처벌하지 않고, 돈 받은 사람만 처벌하면 군납 비리가 근절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국내 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국내 생산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방위산업 수출은 2005년 2억6000만달러에서 2015년 34억90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이같이 성장한 국내 산업은 방위산업이 유일하지만, 군납비리가 둔갑한 방산비리로 매도돼 위축되고 있다.

무기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선 도움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이웃 일본은 수입비용보다 개발비가 200%를 넘어서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둬 국내 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관련 효과는 지난해 중소형 상업용 제트기 MRJ의 초도비행 성공으로 증명됐다.

우리 속담에 '기와 한 장 아껴서 대들보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국내 무기 개발을 통한 수출 증대 등 각종 경제적 파급효과를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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