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숨을 쉴 권리

조명래 기자
2016.06.14 05:39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환경부문에서 37위를 차지했다. 초미세먼지(PM 2.5)의 농도가 한국의 환경의 질을 세계 최악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미세먼지(PM 10)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1 마이크로미터(㎍)=1000분의 1mm)이하의 입자이고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1 이하, 즉 2.5㎍이하 입자다. 우리나라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12년 45㎍/㎥, 2014년 46㎍/㎥, 2015년 48㎍/㎥로 세계보건기구(WHO) 연평균 기준(20㎍/㎥)의 두 배를 넘었다. 인체에 치명적인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지난해 29.1㎍/㎥로 OECD 평균 14.05㎍/㎥의 2배, WHO의 지침인 10㎍/㎥의 3배에 달했다.

지난해 총 25일간 주의보가 발행할 정도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 위험은 0.44% 증가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은 0.95% 오른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2013)의 내용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한반도는 더 이상 생명의 땅이 될 수 없을 같다. OECD가 최근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수’는 2060년 34개 OECD 회원국 중 1위가 될 전망이다. 2010년 한국의 인구 100만명 당 조기사망자수는 359명인데 2060년엔 이의 3.1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미세먼지는 카드뮴 중금속 비소 납 탄화수소류 등 각종 유해물질이 섞인 대기 중 부유물질로 그간 중국에서 주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자동차 공장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된 인위적 오염물질로서, 기실 그 발생원의 50~70%가 국내다. 발전소나 경유차에서 나온 1차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2차 오염물질의 비중도 갈수록 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그 비중이 70~80%에 이른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와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미세먼지의 발생원, 생성, 유해성 등에 관한 실태파악은 물론 그 대책도 초보적이다. 전국 506곳 미세먼지 측정소 중에서 미세먼지 구성성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곳은 6곳에 불과하다. 한국의 미세먼지 관련 허용기준은 WHO 권고 기준의 2배에 달한다. 2차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으로 간주되는 경유차는 높은 에너지 효율성 때문에 그 보급을 부추겨 왔고 가격도 OECD 32개 국가 중 7번째로 저렴하다.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황산화물의 주요 발생원으로 간주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2020년까지 20기가 추가 건설될 계획이다. 최근 정부가 2021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20㎍/㎥까지 줄이기 위한 25개 사업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재탕 수준이다. 경유차 사용을 줄이기 위해 검토된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방안은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기오염의 문제는 이젠 우리가 숨을 쉴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 있다. 서민경제 보호나 경제성장의 지속과 같은 얄팍한 정치 및 경제 논리로는 지금과 같은 안이한 대기오염 대책을 정당화할 수 없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선 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이 우리보다 2, 3배 높을 뿐 만 아니라 경유차 사용을 금지하거나 운행지역을 제한하는 등 철저한 수요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기준을 초과한 지역의 주민들은 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하여 행정청에 소송을 제기해 생명안전을 스스로 보호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도 미세먼지 관련 환경기준을 WHO 권고기준 이상으로 높이고 경유차 사용의 제한 등 교통 및 에너지 사용에 대한 수요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환경권 혹은 생명권을 구체권리로 규정해 보호받는 방안도 다양하게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분석, 예측 기법, 이를 저감시키는 기술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 친환경적 삶을 사는 태도와 의식 변화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과 정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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