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그레이엄 유튜브 헬스 글로벌 총괄 "디지털 셧다운, 답 아니다"
호주 16세 미만 청소년 SNS 전면 금지…실효성·자율성침해 논란
추천 알고리즘, 무한 스크롤 등 설계방식 문제…SNS 플랫폼의 책임

"아이들은 그 연령에 적절한 성장 경험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아이들은 저희가 어렸을 때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가 이미 그들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무조건 막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가스 그레이엄 구글 디렉터 겸 유튜브 헬스 글로벌 총괄이 최근 국내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주, 프랑스 등 주요국이 추진중인 '디지털 셧다운' 정책에 대해 밝힌 의견이다.
그레이엄 총괄은 심장 전문의이자 공중보건 전문가다. 14세 미만인 네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을 '디지털세상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세상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자전거 경험을 예로 들었다. "7세인 딸도 자전거를 탑니다. 단 집 근처에서만 탈 수 있죠. 반면 11세인 아들은 훨씬 더 멀리까지 탈 수 있고, 13세 아이는 등교를 자전거로 합니다." 연령에 따라 위험 통제 가능한 범위를 제한해주면 누구나 안전하게 자전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도로가 위험하다고 자전거를 못타게 하다가 17세가 된 후 다 컸으니 알아서 타라고 하면 (자전거와 도로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엄 박사가 방한해서 언론인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국내에서도 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에서 '디지털 셧다운' 정책을 내놓는 건 디지털 플랫폼이 초래하는 사이버 괴롭힘, 자아상 왜곡, 그리고 무한 스크롤과 추천 알고리즘이 유발하는 도파민 중독으로부터 미래 세대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호주가 가장 먼저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한데 이어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이 15~16세 미만 SNS 이용 금지 및 부모 연동 의무화를 추진중이다. SNS 과몰입과 의존은 수면 부족, 불안·우울 증가, 낮은 자존감 등으로 이어지며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사이버 괴롭힘과 허위정보, 유해 콘텐츠에도 쉽게 노출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UNSW(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아동보호 전문가 마이클 솔터(Michael Salter) 교수는 "SNS는 원래 성인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술·담배, 자동차 운전처럼 연령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호주의 초기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자율성 침해 논란도 나오면서 단순 '금지'보다 플랫폼의 서비스 설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플랫폼 책임론'에 힘이 실린다. SNS는 '사회적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강한 산업이어서 문제의 핵심이 플랫폼의 설계와 사회적 환경에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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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청소년 SNS 이용 정책은 인구구조상 더 민감하다. 출산율 급감으로 유소년 인구가 급감했고 청소년의 자살마저 증가해서다. 국내 0~14세 유소년 인구는 2025년 522만4936명으로 2015년보다 24.9% 감소했다. 국내 19세 이하 자살은 지난해 4분기 전년동기보다 37% 증가했다. SNS가 기존 위험요인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증폭하는 통로로 지목된다.
청소년의 디지털 세상이 우려스운 건 자명하다. 그레이엄 박사의 말처럼 연령별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플랫폼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무한 스크롤, 추천 알고리즘, 잦은 알림 등 플랫폼 설계를 개선하고 청소년 계정에는 안전 기능을 기본값으로 적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알고리즘 작동방식, 허위정보 구별, 개인정보 보호 등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