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했다. 상반기 전체 회사채 발행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는데, 특히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가 31.5% 급감했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액 역시 29.5% 줄었다. 이런 가운데 단기사채는 90.4% 급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의 장기자금 조달은 위축된 반면 단기금융시장 의존도는 높아지는 모습이다.
회사채 발행 시장이 경색된 것은 시장 금리 상승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급등락에 따른 시장 교란 등이 맞물린 결과다. 투자 수요와 공급, 신용위험이 반영된 '보이지 않는 손'의 영역이다. 문제는 회사채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이를 보완해야 할 유상증자와 메자닌(주식연계채권) 발행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당국의 '보이는 주먹'이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주가 희석을 이유로 유상증자에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으며 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당국은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주주 사익편취를 막고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하지만 이는 매우 단선적인 판단이다. 지난해 3월 규모 3조6000억 원의 대형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증자 발표 직후 주가 급락 우려가 뒤따랐지만 현재는 주가가 75% 급등한 상태다. 방산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해외 생산거점 구축과 차세대 핵심 제품 개발에 투입해 성장 기반을 넓힌 점이 기업가치 개선에 주효했다. 유망한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증설하기 위한 유상증자는 기업 가치를 높인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사익 추구를 위한 증자라면 당연히 엄격히 들여다봐야 하지만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까지 일률적으로 주가 희석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기업금융 시장은 은행 대출, 회사채, 주식 발행이 각각 단절돼 작동하는 곳이 아니다. 하나의 자금줄이 막히면 다른 수단이 이를 보완하고 뒷받침하는 유기적인 구조여야 한다. 주주 보호와 기업의 자금조달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들이 장기자금 대신 단기자금에 의존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금융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당국은 주주 보호라는 명분에만 갇혀 기업의 손발을 묶을 것이 아니라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게 다양한 조달 수단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걷어내고 합리적인 자금 조달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회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2026.07.16. park7691@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8/2026080915213440396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