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성(sex)의 사회

정태연 기자
2016.07.08 04:26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선 성과 관련된 이슈와 문제가 떠날 날이 없다. 성인들의 허다한 성범죄는 말할 필요조차 없고 심지어 청소년들도 이러한 범죄의 가해자로 법정에 서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자 정치인 공무원 종교인 등 사회적 존경과 도덕적 기대를 받는 사람들도 어김없이 성문제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공인에 준한다고 자타가 일컫는 연예인도 그 말이 무색할 정도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성범죄 앞에서는 경악이나 분노를 넘어 이 사회의 암담함에 넋을 잃는다. 이에 비하면 유명 연예인의 불륜 스캔들은 양반이다.

근대 이전 우리 사회의 성은 은밀하면서도 금욕적이었다. 이에 비례해서 우리의 성적인 삶도 사적이면서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성적 지형이 근대 이후 서구문물의 유입, 즉 개인주의와 시장경계의 도입으로 크게 달라졌다. 사적 영역에 머물던 성이 개인주의 등장과 함께 사회적 영역으로 나오면서 그동안 억제의 대상이던 성이 이제는 공공연히 충족해야 할 욕구로 탈바꿈했다. 오히려 그러한 욕구를 최대한 충족하는 것이 이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다.

여기에 시장경제와 함께 사람들은 다양한 상품의 판매를 위한 주요한 전략으로 성을 이용했다. 프로이트는 성적 욕구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고 본질적이라고 역설했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거의 모두 성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가장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고, 개그 프로그램, 가수들의 의상과 춤과 노랫말, 드라마의 주제, 몸과 관련된 음식이나 스포츠 그리고 의학적 홍보는 모두 성적 상품화의 전형들이다.

다른 한편 우리 사회의 감각적 특성 역시 성을 만연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간의 한 가지 욕구는 식욕, 성욕, 수면욕과 같은 감각에 기초한 욕구다. 또 다른 종류의 욕구는 정의에 대한 욕구, 세상에 대한 이해의 욕구, 실존적 욕구 등 지적이고 숙고적인 욕구다. 이상적으로는 이 두 욕구를 균형 있게 충족할 때 우리는 심리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후자의 욕구는 그 가치를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렇게 지각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추구할 수 있는 욕구는 감각적 욕구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각종 먹는 방송과 노래 프로그램이 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성에 몰두하게 만든다. 너무나 많은 성적 자극은 성과 관련된 사고를 활성화하고 세상을 온통 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게 만든다. 이와 함께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는 주변의 수많은 성적 자극에 비해 성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성에 대한 개방성과 관대함이 과거에 비해서는 커졌지만 성에 대한 근대 이전의 보수적 이념 역시 일정부분 여전히 작동한다.

이처럼 성적 자극과 욕구에 매몰되어 있으면서 그 욕구를 정상적으로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처벌과 교화가 문제해결에 필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변화와 관련한 연구들은 개인에 기반한 시도보다 집단을 단위로 한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왔다. 이를 위해 성적 자극의 절제와 함께 지적이고 심층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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