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고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의 발언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안철수 의원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에 하나씩 독점 권한을 준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고 비유했던 게 발단이다.
그러자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발끈하고 나섰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긴급 출입기자 브리핑을 통해 이 의원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가 하면, 혁신센터장들의 반박 성명과 항의 방문이 이어져왔다.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여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창조경제혁센터는 동물원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대한민국 국민에게 열매를 따 줄 과수원”이라고 따졌다. 결국 여야간 정쟁 대상으로 격화되면서 이달 말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안 의원의 발언이 적절했다고는 보진 않는다. 정부가 대기업, 지자체와 협력해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스타트업들에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개발과 자금지원, 멘토링, 해외 진출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이점이다. ‘돈 한푼’과 ‘한마디 조언’ 아쉬운 대한민국 젊은 창업가들에겐 오히려 ‘대기업 가두리’가 절박했을 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정부·여당의 대응은 과하다. 국회의원의 정책 비판은 통상적인 일이다. 그것이 사실을 심하게 과장했거나 일부 왜곡했더라도. 반박 성명서나 논평 정도면 충분한 사안을 두고 끝까지 상대방을 무릎 꿇리겠다는 식 집착은 지켜보기 불편할 정도다. 그것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사드 배치 논란, 북한 핵실험, 경주 지진 등 다급한 현안 과제들이 쉴 새 없이 이어져왔던 상황에서 말이다.
창조경제 정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의 심장과 다름없다. 특히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각 센터 개소식에 거의 빠트리지 않고 참석했을 정도로 박근혜 대통령이 애착을 보여온 사업이다.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화력이 이곳에 쏠릴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안 의원의 발언이 앞으로 창조경제 정책을 둘러싼 여야간 혈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여당이 안 의원 발언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 아닐까.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 경제혁신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유수 인재들이 창업하기 좋은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는 이견은 따로 없다. 그 기반이 미국 실리콘밸리나 영국 테크시티 같은 자생적 생태계든 창조경제혁신센터 같은 국가 기획형 생태계든 말이다. 시행착오도 없지 않겠지만 과거 ‘4대강 사업’ 같은 구시대적 성장 정책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젊은 창업가들이 절실히 바라는 건 각종 규제와 금융시스템 등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 개선이다. 야당의 견제와 감시 협력이 필요한 곳도 이 대목이다. 정부 역시 ‘투자유치 규모’ ‘해외수출 상담건’ 등 혁신센터의 단기 성과 내기에만 치중한다면 ‘전시 행정’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지금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동물원’인지 ‘과수원’인지 여부를 따질 시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