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워시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을 앞두고 미국 통화 정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워시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 발발 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금리인하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와 연준 독립성 논란 속에 취임하는 워시의 첫 시험대는 6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전 의장이 금리를 내리지 않아 미국에 손실을 입혔다고 수 차례 비판했으며 워시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급등으로 워시 앞에 놓인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치솟으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 금리 역시 상승세다. 지난 주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13%까지 상승했다. 3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선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장기 금리 상승은 글로벌 증시를 위협하는 뇌관이다. 무위험자산인 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증시의 투자 매력은 낮아진다.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7일 이후 18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유가증권시장에서 4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치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워시 체제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하면 한국은 더 큰 금리 인상 압박을 받는다. 미국 기준금리는 연 3.5~3.75%로 한국(2.5%)보다 상단기준 1.25%포인트 높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급증하고 한계기업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모대출로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의 이자부담을 늘려 글로벌 증시의 AI(인공지능) 랠리도 흔들릴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워시 체제 연준의 금리 정책이 가져올 충격에 선제적 대응책을 갖춰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경우, 사상 최대 36조원 규모 '빚투'에 나선 개미 투자자의 연착륙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