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빚 권하는 사회’의 개막이었다.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그의 정책은 부동산 경기를 띄워 내수를 살리고 소비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었다.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수출이 줄고, 제조업이 망가지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시도였다.
그 해 8월부터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경제규모가 쪼그라 들지 않는 한 가계부채는 늘 수 밖에 없지만 문제는 10%를 넘는 증가속도였다.
이같은 정책기조는 유일호 경제팀이 들어선 뒤에도 변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 3분기 GDP 성장률 지표는 부동산으로 성장률을 떠받치려 했던 의도가 관철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분기 전보다 0.7% 확대된 3분기 GDP의 성장기여도는 내수 1.3%포인트, 순수출 -0.6%포인트였고, 내수 중 건설투자(0.6%포인트)의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금리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하는 등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준 부양 신호는 건설투자 확대와 함께 가수요 촉발로 이어졌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비롯한 한국의 주택시장은 실거주가 아닌 거래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머니게임으로 변모했다.
집을 갖고 벌인 머니게임에서 시세차익이나 평가이익은 몇채 씩을 단타치며 치고 빠진 투기세력이나 주택자산가들의 몫이 됐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불어난 세수는 도박판의 수수료 걷듯 정부가 챙겼다.
외견상 GDP는 커졌고, 이런 성장률은 정부에겐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실수요자들에겐 재앙이었다.
전셋값을 올려 주고 월세를 더 치러야 했던 가계의 빚은 2배 더 가파른 그래프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기준 금융권 전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49조8000억원으로 1년전보다 19.4%(8조1000억원) 뛰었다.
자산축적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자만 더 물게 돼 실질소득이 감소한 이들에게 성장은 남의 나라 얘기 같았고 박탈감은 커졌다.
정부가 판 벌리고 촉매 역할을 해서 끌어 올린 성장률이 대단히 높은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은 4분기 성장률이 –0.1~0.2%라고 해도 연간 2.7%는 된다고 하지만 어쨌든 정부의 전망치 2.8%에 못 미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7340달러,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고용률은 지난 9월 66.4%로정부의 ‘474’ 비전(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과 거리가 있다.
정부가 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을 들어 소득격차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자산격차 뿐 아니라 소득격차도 벌어져 왔다.
지난 2분기 소득 상위 20%의 소득은 소득하위 20%(5분위 배율)보다 4.51배 많았다. 1년 전 4.19배보다 높아진 것이다. 2014년 4.45배, 지난해 4.22배로 떨어졌다 되올랐다.
이게 일시적인 거고 정부 말대로 소득격차는 계속 주는 추세라고 해도 집값 앙등으로 인해 갑자기 커진 자산격차는 덮지 못한다. 소득 늘어나는 속도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빠른 한 그럴 수 밖에 없다.
요컨대, 지도에 없는 길은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야 할 만큼 ‘막다른 길’로 접어 들었다. 주가와 마찬가지로 일직선으로 오르는 집값은 없고, 고점에서 산 누군가는 이 시장에서 패배자가 돼야 한다.
현 상태와 같은 건설투자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미국 금리인상을 고려치 않아도 그동안의 단기적인 부양책을 중장기로 가져 갈 수는 없다.
이제 누군가 방향키를 돌려, 인위적 개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 가야 한다.
‘초이노믹스’가 부동산 부자인 최순실의 ’초이노믹스’가 아니냐고 의심 받는 지금, 새로 꾸려질 경제팀이 신뢰를 되찾기 위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초이노믹스와 단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