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리딩 증권사의 조건

송정훈 기자
2016.11.23 07:17

"생각만해도 끔찍할 겁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은 물론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업이 있다. 미래에셋그룹 얘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회장단 가입 요청을 고사한 것과 관련해서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기금 출연은 물론 검찰 수사와 이미지 훼손 가능성 등 악재를 비켜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는 평가다.

박 회장에 대한 전경련의 회장단 가입 요청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경련은 새로운 회장단 영입에 열을 올렸고 박 회장에게도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낸다. 회장단 가입 기준도 기존 30대 그룹(공정거래위원회 기준)에서 50대 그룹으로 낮췄다. 30위권에 들지 못하던 미래에셋그룹(38위)을 회장단 영입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다. 전경련의 박 회장 영입 노력은 지난해도 계속 이어졌다. 박 회장을 회장단으로 영입하기 위해 전경련 고위 인사들이 박 회장과 면담을 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박 회장은 끝내 고사했다. 대외적인 이유는 "그룹의 성장과 해외 진출 등 내부 업무에 주력할 때"라는 것이었다. 자신은 적임자가 아니라며 몸을 낮췄다. 박 회장이 어떤 이유에서든 정치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발을 뺐다는 관측도 나왔다.

만약 박 회장이 수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전경련 회장단으로 그룹이 기금을 출연하고 본인은 물론 그룹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경련을 통해 19개 회장단 대기업 대부분이 기금을 출연 한데다 기금을 출연한 전경련 53개 회원사 모두가 전방위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특정 그룹을 비교 대상으로 거론하며 "최소 얼마 이상의 후원금은 내야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더 큰 문제는 그룹의 이미지 훼손이다. 이미지가 큰 자산인 금융그룹, 그것도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심각한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박 회장이 기금 출연 창구역할을 한 전경련의 회장단으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다. 자칫 투명성이 높은 금융사 중 공식적으로 처음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금융사로 낙인찍힐 수도 있었다. "후폭풍이 어디까지 일지 알수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의 선택은 옳았다. 의도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20여 년 만에 맨손으로 26개 계열사를 키워낸 박 회장은 그의 말처럼 내달(28일) 자기자본 7조원에 달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옛 KDB대우증권)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명실상부한 초대형 리딩 증권사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이번에도 미래에셋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은 교차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면 최고경영자(CEO)의 한순간 선택에 기업 운명이 달려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정치와는 거리를 두자' 미래에셋 최고경영진 중 한명이 회사 창업 이후 리딩증권사가 분명해진 현재까지 전화기에 늘 붙여뒀다는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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