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中 실리콘밸리 터줏대감 '처쿠카페 vs 3W'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2016.11.30 06:00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 창업거리에 들어서면 불과 30m 사이를 두고 상징적인 카페 2곳이 눈에띈다. 수많은 젊은 창업자들에게 창업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한 곳은 2011년 이 거리에 처음 생긴 처쿠카페이고, 다른 한 곳은 후발주자인 3W카페다.

먼저 중관촌의 터줏대감인 처쿠카페. 차고라는 뜻의 이 카페는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을 시작했다는데 착안해 이름 붙였다. 샤오미 레이쥔 회장도 이곳에 자주 들려 샤오미의 사업 아이디어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처쿠카페 사장 수띠는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건물 2층에 카페를 열었다.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100여개 좌석마다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차 있는 것에 깜짝 놀란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데도 이 카페가 망할 뻔 했다는 점이다. 달랑 25위안짜리 커피 한잔을 시키고, 하루 종일 사무실처럼 쓰는 손님 때문에 임대료를 내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처쿠카페가 조만간 없어진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부랴부랴 중관촌을 관장하는 하이덴구청과 중관촌관리위원회가 ‘처쿠카페 구하기’ 에 나섰다. 처쿠카페 3층과 4층을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사무실 용도로 빌려주는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3~4층 임대공간은 층마다 100명이 넘는 창업자들이 쓸 수 있는 규모인데 좌석 1개당 매달 1500위안을 받았다. 어림잡아도 매달 15만위안의 임대수익이 카페의 손실을 만회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임대수익이 없다면 처쿠카페는 명맥조차 유지되지 않는다. 사실상 부동산 임대업자로 전락한 창업 메카의 슬픈 현실이다.

반면 3W카페는 출발부터 남달랐다. 1~2층 구조인 이 카페는 커피 판매 외에 2층을 다양한 창업 행사에 통째 빌려주는 식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2층 전체를 빌리는데 하루 사용료는 2만3000위안. 중관촌의 크고 작은 창업 행사들은 3W카페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사용료는 사용료대로 받고, 행사에 온 사람들에게 커피는 커피대로 파는 선순환 구조다.

3W카페는 중관촌의 명성을 살려 프랜차이즈에도 나섰다. 선전이나 광저우 같은 남부 경제도시의 창업 열기를 노리고 분점을 낸 것이다. 3W가 워낙 알려져 있다보니 분점들의 판매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3W의 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처쿠카페처럼 커피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창업 투자에 나섰다. 카페 손님 중 사업 아이템이 기발한 유망주를 3W 이름으로 키웠다. 이렇게 3W기금이 투자해 얻은 수익은 커피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한국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의 후유증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전면 재조정 논의가 활발하다. 사실 지금까지 비슷 비슷한 창업 정책들이 범람했던 것은 분명하다. 정부 주도의 창업지원 프로그램만 70개가 넘는다고 할 정도다. 그나마 100여개에서 줄인 것이라고 한다. 하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아 어떤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유리한 지 분석한 책까지 등장했다.

이참에 정부 창업 정책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떼낼 것은 떼내고, 없앨 것은 없애야 한다. 창업의 기본 정신을 흐트리지 않은 지원 프로그램의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오늘도 처쿠카페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창업 낭인들. 그들 모두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될 순 없다. 정부 창업 정책도 무작위로 지원만 남발하는 처쿠카페 식 모델이 돼선 안된다. 3W처럼 함께 투자하고,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돈이다. 중관촌을 먹여 살리는 것도 실은 벤처캐피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