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공데이터 개방이 가져온 삶의 변화

박성환 파밍 대표
2016.11.30 17:13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관리되지 않는 것은 개선할 수 없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드러커의 말이다. 이 말을 한마디로 하면 “측정되지 않으면 개선될 수 없다” 로 말할 수 있다.

최근 IT기술의 발달로 모든 산업에서 측정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 시켰다. 음식 전단지를 주워 어플로 옮기면서 시작된 ‘배달의 민족'은 아파트 단지에서 음식 전단지를 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바로결제, 식당평가, 식품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모두 서비스 제공을 통해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개선한 결과이다.

기존에 ‘전단지'가 하던 일을 표준화된 데이터로 쌓고 분석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든 결과 ‘배달의 민족’ 가치는 수 천억원에 달한다. 한 해 거래액이 1조원이 넘고 월 730만건의 배달주문을 처리한다. 해외 투자사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아 푸드테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필자는 과거 IT업계 근무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1인 IT회사를 창업했다. 집안가업을 잇기 위해 3년전 귀농했다. 오이, 고추, 토마토, 수박 등의 묘종을 길러 농민에게 납품하는 일을 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백명의 농민을 만날 수 있었다. 만남을 거듭할수록 기존엔 보지 못했던 농업의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한번은 농민이 수박묘종이 다 죽었다고 찾아와 하우스에 가보았다. 정식한지 보름정도된 수박이 절반이상 죽어있었다. 이 농민은 급하게 서울에 갈 일이 있어 오전 11시쯤 살균제를 살포하고 다음날 집에 왔더니 그때부터 수박이 죽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 농민의 농사는 망했다. 보통 농약은 아침일찍 또는 저녁에 살포한다. 일출이후 농약 살포는 수분 증발로 농약 농도가 높아져 작물 괴사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농민은 수박에 병증은 발견했고 급하게 서울을 가야하는 상황에서 어쨋든 오전이니 괜찮겠지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참담한 현장에서 농약정보와 날씨정보를 바탕으로 농민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다면 이런일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또 한번은 상담을 하러온 농민이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계셔서 무슨일을 하시는지 보았다. 스마트폰 메모장 어플에 영농일지를 적는 중이셨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일지를 적고 저녁에 집에가서 노트에 다시 영농일지를 작성한다고 하셨다. 농업활동중에 노트에 적기가 쉽지 않으니 저런 불편한 방법을 통해 일지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이 농민의 영농일지 작성 모습을 보고 작년말 전문지식을 살려 영농일지 어플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업성을 확인하고 어플 기획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지를 작성하는 서비스 자체는 난이도가 높은 개발은 아니었다. 문제는 작성되는 영농일지 데이터의 정확성이었다. 농민이 작성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정확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방대하면서도 정확성이 중요한 정보로는 농약, 친환경자재, 병해충, 날씨정보가 있었다.

검색을 통해 농약, 친환경자재 리스트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찾던중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수 천개의 공공데이터를 개방하여 민간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농약, 친환경자재, 병,해충정보가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농약 및 자재의 성분, 회사, 공시일, 가격까지 제공되었다. 병해충의 경우도 해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사진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정보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농식품부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농민은 그저 검색하고 선택만 하면 해당 데이터가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도록 개발이 이루어졌고 현재는 3000여명의 농민이 필자가 만든 영농일지 서비스 '파밍 앱'을 활용하여 영농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농식품에서 주관한 ‘정부3.0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해 농림부 장관상과 대통령상을 받는 쾌거도 이루었다. 농식품부의 지원으로 1000여명의 선도 농업인이 모이는 ‘한국정보화농업인대회’에서 ‘파밍앱’을 소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맞춤형 마케팅 지원으로 더 많은 농민에게 서비스를 알릴수 있었다.

‘파밍 앱’을 사용하는 농업인이 많아진다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정식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농산물이 얼마나 생산될지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고, 날씨와 비료 토양과의 관계를 분석해서 적정량의 비료 시비량을 찾아낼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 어떤 병해충이 발생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집계되므로 미리 농민들에게 알려 방제할 수도 있다. 1년농사를 짓고 나서 정말 얼마의 이익이 났는지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농업정책에 대한 방향, 성과 측정에도 이용할 수 있다.

파밍은 갈길이 매우멀다. 다른 사업에 비해 파밍의 고객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과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낮다. 자연히 서비스 성장도 더디고 개발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 200만명이 넘는 농민들이 잠재고객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장이 포화상태인 것을 고려하면 꽤 큰 시장임에 분명하다.

국내경기 침체, 해외농산물의 수입증가로 인해 농업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때일수록 농민에게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의사결정 능력이 필요하다.

꾸준히 파밍을 작성해온 한 인삼농가는 1년간 들어간 인건비를 보고 더 이상의 확장을 중지하고 새싹쌈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그 동안은 1년간 얼마의 인건비가 들어갔는지 정확히 몰랐던 것이다. 대부분의 농가가 1년간 들어가는 인건비, 자재비 등 비용에 대해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계속 농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파밍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것이다. 해외에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거나 큰 기업에 인수되는 등 성공한 농업스타트업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파밍도 그들처럼 성공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다양한 인재들이 농업에 진출하여 많은 농업IT 스타트업들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두 공공데이터 개방이 가져온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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