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럴모터스(GM)와 KDB산업은행은 한국GM의 양대 주주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대우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한국 정부 입장을 대변한 산업은행은 2010년 최고재무책임자 파견, 기술소유권 이전, 적정 생산 물량 배정 약속 등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1조120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며 압박했다. 앞서 산은은 2009년 10월 GM대우 유상증자에도 불참해 지분율이 28%에서 17%로 떨어졌다.
GM이 미국 정부 자금으로 회생하자 한 일은 산은에서 빌린 돈을 갚는 것이었다. GM의 철수설이 부각된 건 이때부터다. 물론 이전에도 산은이 GM을 압박했던 건 철수하지 못하게 안전장치를 만든다는 명분이었다. 올해 들어 GM이 군산 공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일견 장기적인 철수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처럼 보인다.
GM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부터 대우차를 껍데기로 만들고 15년 뒤 철수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고 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철수 명분을 쌓기 위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오펠 브랜드를 매각하고, 한국 내수 판매를 악화시켰다고 하는 것도 무리다. GM은 한국GM 지분 77%를 가진 1대주주다. 한국GM의 경영이 나쁘면 제일 먼저 타격을 본다. 그런데도 최근 GM과 한국 당국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그럴듯하게 포장됐다.
노조와 금융당국은 여론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GM이 '고리대금'을 했다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GM의 관계사 차입 금리는 4.8%, 5.3%다. 산은이 GM대우 대출금에 적용한 연 5.69∼8.73% 이자율에 비하면 낮다. 최고 7%에 달하는 산은 우선주에 대한 배당률보다도 낮다. 물론 대출 시점이 다르지만 산은도 막대한 이자를 챙기지 않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지금 한국GM의 위기는 분명 GM의 경영실패다. GM이 자동차 생산 구조를 재편하고 미래차에 비중을 두려는 것도 그런 실패 때문이다. 도덕적 결함과는 별개다. '먹튀'라고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기보단 글로벌 기업이 미래를 건 생산기지로 삼기에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돌아봐야 한다.
통상임금부터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이슈까지 한국은 노동시장은 점점 더 경직돼 가고 노동 비용은 더 높아졌다. 그렇다고 자율주행차나 수소전기차 등 신기술 개발을 쉽게 하도록 정부가 나서 인프라를 깔고 규제를 개선한 것도 아니다.
수십만 일자리가 걸려 있기 때문에 실제 GM 철수가 이뤄지면 정부가 입는 정치적 타격은 막대하다. GM을 도덕적 결함이 있는 존재로 만들어 화살을 피할 수는 없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을 수도 없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임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