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총수 구속' 롯데를 위한 변명

송지유 기자
2018.02.21 04:4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재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기 때문이다. 같은 혐의로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채 열흘도 안 돼 재계 5위 기업 총수가 또 구치소에 갇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8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강원도 평창·강릉에 상주하며 지원 활동을 계획했던 신 회장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롯데는 물론 신 회장 본인도 자신의 법정구속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 '51년 롯데' 역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었다.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나 롯데그룹 법무조직이 사전에 신 회장의 법정구속 가능성을 제기했다면 최소한 신 회장이 평창에서 상경 직후 바로 구치소행 버스에 오르는 불상사는 막았을 것이다.

롯데가 낙관론을 펼친 데는 다양한 배경이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롯데 경영비리' 사건 1심 결과가 가장 큰 작용을 했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는 신 회장의 법정구속을 점치는 해석이 많아 그룹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초긴장 상태였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신 회장 선고 직전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도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같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같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신 회장의 선고 결과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검찰의 허술한 공소장도 한 몫 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뇌물로 주고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청탁했다'는 취지의 검찰의 주장은 사실관계 검증이 부족해 법조계 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면세점 특허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해석대로 롯데의 청탁이 성립하려면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한 뒤 뇌물을 주고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 결정이 나야 한다. 그러나 사실 관계를 들여다보면 이 순서가 뒤바뀌어 있다. 신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16년 3월에 독대했다. 롯데가 그렇게 바라던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 결정은 이보다 앞서 확정됐다. 기획재정부는 같은 해 1월 신년 업무에 이 내용을 넣었고 2월에 확정 발표했다.

롯데가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70억원의 절반인 35억원으로 할인해달라는 요청을 한 대목도 일반적인 뇌물공여자의 행동으로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평가가 이뤄졌다면 롯데면세점은 특허를 잃을 이유가 없었다. 세계 2위 사업자로서의 역량과 수십년 노하우, 국내 최고 수준의 월드타워점 환경 등 롯데면세점의 경쟁력은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점수 조작으로 특허를 빼앗아 놓고 입찰 경쟁을 통해 재취득한 사업을 청탁 결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송지유 산업2부 차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