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열에 절반 이상 망한다는 기술 창업, 하지만 영국·독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성공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우리와 무엇이 다르기에 성공률이 이렇게 월등히 높은 것일까. 혁신 클러스터 기획 취재차 두 국가의 연구거점을 돌며 연구실 창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된 성공 노하우 4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우선 ‘문화’다. 영국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대학·기업 네트워크 관리운영자인 찰스 코튼 교수는 “창업을 대기업 취업 이상의 좋은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며 “새로운 신기술을 보유한 대학 창업인들이 이곳에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재를 평가할 때 어디에 취업했다 보다 창업 경력을 더 쳐주는 문화가 깊숙이 자리잡았다. 비록 일부겠지만 대기업, 공무원 도전 실패의 도피처로 창업을 선택하는 우리의 접근 태도 또는 사회적 인식과는 달라 보였다.
사이언스파크 내 창업보육지원센터의 운영법도 새로웠다. 우리의 경우 스타트업만 뻬곡하게 입주해 있는 인큐베이터 같은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엔 설립 1년, 50년, 100년 된 기업부터 아마존, 애플, 구글, 인텔 등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핫’한 기업들도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코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개발처럼 오늘날의 R&D(연구·개발)와 비즈니스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다양한 분야들이 합쳐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곳에 있는 총 62개 글로벌 대기업과 여럿 스타트업, 벤처기업이 라이프사이언스&헬스케어, 컴퓨팅, 클린테크, 핀테크 등의 그룹으로 묶여 활동한다”고 말했다. 기업 규모에 따른 위화감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보다 협력과 상생을 먼저 배우는 것이 이 센터의 제1의 원칙이다.
케임브리지와 독일 아들러스호프 사이언스파크에선 대부분의 연구비가 민간 투자를 동반한 매칭펀드 형태로 이뤄진다. 따라서 창업팀 리더의 역할은 연구소 밖으로 나가 일반 시민, 즉 고객들을 만나 “뭐가 필요하냐?”고 물으며 새로운 니즈를 찾아내는 것이다. 한 대표는 “사람들, 기업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낸 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것이 주업무”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데 누가 이 기술을 쓰지 않겠는가.
벤처 성공을 가늠할 젊고 유능한 인재 육성시스템에서도 색다른 점이 눈에 띈다. 클러스터에선 연구소 소장이 대학 교수를 겸직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연결점을 통해 학생들은 일찍이 연구자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 준비를 체계적으로 한다. 자신이 앞으로 할 연구를 위한 능력을 기르는 노력부터 다른 연구자들과 협업하고, 연구자로서 갖춰야 할 윤리의식 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기술 창업으로 가는 길목에 놓인 문화와 가치관, 운영 모델 전부가 우리와 사뭇 다르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