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된 미세먼지 대란은 사상 최장기간인 1주일 동안 지속됐다. 정부 및 지자체는 차량운행 제한을 포함한 비상저감조치를 연속으로 발령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이 와중에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국내를 넘어 우리나라와 중국 외교부처의 언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2013년을 전후해 본격화한 미세먼지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지 않고 악화일로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세먼지를 둘러싼 어려움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만큼의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이동하는지가 불명확하다는 데 있다. 국내적으로 수많은 발생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 영향도 매우 크다. 각종 앱을 통해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미세먼지가 유입되는 모습을 보면 모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이것은 모델링과 그래픽이지 현실이 아니다. 2차 생성으로 알려진 대기오염물질 간의 반응과 결합으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 과정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초적인 사항조차 파악되지 않아 답답하겠지만 인력도, 시설도, 그리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꾸준한 조사와 연구, 검증을 거친 문제해결을 위한 탄탄한 토대 구축은 더 멀어진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수단의 효과 및 효율성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이다. 가령 미세먼지 생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소산화물을 50% 감축한다고 해서 미세먼지가 50% 줄어들지는 않으며, 얼마만큼 줄어드는지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정책결정권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고,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미세먼지의 특성이다. 미세먼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여전히 많이 있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폭넓게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정책 및 의사결정권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책을 매년 쏟아내지만 정작 한쪽에서는 반대로 더 많은 미세먼지를 양산하는 정책도 동시에 집행한다. 정부는 매년 2조원 넘는 예산을 유가보조금으로 지급하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기고 지자체와 사회단체, 기업들은 겨울철만 되면 많은 시간과 인력을 동원해 수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고체연료인 연탄을 ‘봉사’라는 명목으로 무상으로 나눠준다.
정부는 2017년 사회 전부문에 걸친 특단의 감축조치를 담은 ‘미세먼지 관리종합대책’을 발표했으며 2018년 11월에는 ‘비상·상시 미세먼지 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특단’ ‘특별’이 넘쳐나는 정책의 발표만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특단의 조치와 정책을 만들어내는 동안 부족한 미세먼지 관련 인력은 이중삼중의 부담에 노출되고 정책의 일관성과 집행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인공강우, 옥외 공기청정기 설치 등 평소 같으면 농담으로나 간주할 대책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문제해결을 위한 느리지만 분명한 길을 걷지 않고 조급히 대응할 경우 효과는커녕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단’ ‘특별대책’이라는 단어가 쏟아질수록 피로감과 냉소적인 분위기만 확산한다. 모두가 한 걸음씩 물러나 차분히 문제를, 해결책을 모색할 때가 됐다.
특단(特段)은 특별한 계단이라는 뜻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높이가 다른, 특별한 계단이 하나라도 있으면 넘어지기 쉽다. 발걸음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그런 평범하지만 신뢰할 만한 계단 같은 정책과 집행이 미세먼지 문제의 확실한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