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2018년 퇴직연금 운용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적립금은 190조원으로 전년대비 약 20조원이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근로자들의 보다 안정된 노후를 위해 퇴직연금 제도가 2005년 도입된 이래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나아가 자본시장연구원은 2050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약 200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유래없는 고령화 속도로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는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부진한 운용수익률로 노후자산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88%에 불과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 3.97% 보다 부진하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3개 회원국의 평균수익률(2017년) 4.0% 보다 부진하다.
가입자들의 지나친 무관심과 보수적 투자가 그 원인으로 거론된다. 실제 적립금의 약 90.3%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고,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10%를 하회한다.
최근 기금형과 디폴트옵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내 인사담당자나 가입자 당사자가 아니라 자산운용 전문가들을 통해 낮은 수익률을 개선해 보자는 것이다. 당연히 바람직한 움직임이지만, 실제 도입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매우 많다.
낮은 운용수익률이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일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노후생활을 위한 연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퇴직연금을 목돈 정도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노후를 위해 운용수익률을 개선하자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 퇴직연금 수급개시자 29만6400명 중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수령한 사람은 6145명, 즉 수급개시자의 97.9%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더욱이 일시금 수령자들의 평균 수령액은 1597만원에 불과했다. 가입시점이 얼마 안된 가입자들도 있지만 중도인출로 적립기간이 짧아졌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닌 추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연금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교육이 행해져야 한다. 현재 가입자 교육은 주로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기관에 위탁하고 이메일 발송 등에 그치는 매우 형식적인 것에 그치고 있다.
사업주의 교육의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 가입자 집합교육 등을 통해 노후자금으로써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도록 해야 하고, 금융지식 함양을 통해 운용성과를 높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그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연금수령시 퇴직소득세 30% 감면은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높은 혜택을 통해 일시금 수령을 주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적립금 중도인출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하고 대신 적립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해 적립금을 의미있는 규모로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국민들의 보다 평안한 노후를 위해 아무리 급해도 퇴직연금은 연금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식의 확산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강한 제도적 유인 장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