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대한민국[MT시평]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0.09.07 04:46

8·15 이후 다시 확산한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영향은 매우 공격적이며 적대감이 표출되는 모습으로 진행된다. 방역수칙을 무시한 일부 교회에 대한 비판과 비난, 그리고 일부 고령세대의 비합리적 태도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공개적으로 표현되는 반응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매번 코로나19 는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냈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일련의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는 정신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이다. 약물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을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면서 자주 느꼈지만 최근 발생한 상황은 그 비율과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심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에 알려줬다.

 

아픈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위안을 찾는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이 갈 곳은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다. 연령대를 감안하면 특별한 취미생활이나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층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온 존재다. 몸도 마음도 아프고 외로운 존재가 점점 늘어나는 것이 2020년 대한민국의 솔직한 모습이다.

 

비슷한 상처를 안은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안정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모이게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아마도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종교집단, 그리고 노후의 경제적 불안감을 덜어준다고 이야기하는 다단계 판매회사 등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그곳에 가면 나름 대접받기도 하고 비슷한 감정과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쉽게 만나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 깊이 숨겨놓았던 생각들을 표현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나 사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강화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만의 룰이 형성되는 것이다.

 

지금의 70대 연령층은 1940년대생이다. 해방, 독립, 전쟁, 경제성장, 공업화, 민주화, 외환위기 등 격동의 대한민국과 함께 살아온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변화의 속도와 강도가 빠르고 큰 만큼 그 속에서 지내온 세대는 다들 마음 어딘가에는 크고 굵은 상처와 흉터가 있다. 한 개인의 상처는 질병이지만 집단의 상처는 사회적 현상이 된다.

 

고령층은 대한민국 사회문제의 핵심에 놓여 있다. 빈곤문제의 핵심은 고령층의 빈곤이고 높은 자살률의 핵심도 고령층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고령층의 문제에 대해 개인 또는 가족의 책임으로 간주하고 관심을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들수록 분노는 커지고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분출하고 싶어진다.

 

대통령 탄핵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작스러운 등장이 아니었다면 그들만의 웅얼거림에 그쳤을 존재들이 갑작스럽게 우리 사회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 21세기에 걸맞지 않은 전근대적 사고와 행태를 보여주는 집단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불편하게 다가오고 혐오의 대상이 되면서 또 다른 갈등의 전선을 만들고 있다.

 

개인과 특정 세대의 문제라고 보기보다 대한민국 사회의 저변에 깔린 정신적 상처가 크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마음과 정신이 아픈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음을 인정하고 치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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