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자니 해약 걱정…보험사 셈법 복잡

보험사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고 있지만 대출을 받기 위해 보험사를 찾는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이고 있지만 접근이 쉬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로 자금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약관대출마저 문턱을 높일 경우 급전이 필요한 계약자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 고민이 깊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NH농협생명 5개 생명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월말 기준 약 42조원 수준이다. 1월말 40조원에서 5개월간 약 2조원 가까이 늘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계약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별도의 신용심사 없이 돈을 빌릴 수 있어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수요가 커질 수 있다.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보험계약을 유지하면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통상 해약환급금의 50~9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형 생보사 기준 보험약관대출 최저금리는 연 3.15~3.25%로 낮은 편이지만 실제 대부분 대출은 연 5% 금리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도 비대면 신규 주담대나 신용대출부터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NH농협생명은 4월부터 신규 주담대 취급을 중단했고, 한화생명은 6월부터 비대면 신규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중단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낮췄다. 삼성생명도 지난달부터 시스템 점검 등을 이유로 모니모를 통한 비대면 신규 주담대를 중단하고 있다.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중단한 보험사들도 약관대출 만큼은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출 수요자들도 계속 몰리는 분위기다. 대신 약관대출 한도를 조금씩 축소하는 추세다. 신한라이프는 4월부터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최대 90%에서 80%로 낮췄으며, 미래에셋생명 역시 5월부터 최대 95%였던 한도를 80%로 줄였다. 만약 해약환급금이 4000만원이고 기존 한도가 95%였다면 38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한도가 80%로 낮아지면 3200만원으로 6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줄어드는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약관대출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으면서 보험업계에서도 보험약관대출 한도 추가 축소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약관대출 한도를 낮추면 대출 잔액을 줄일 수 있지만 자금이 필요한 계약자가 대출 대신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을 받아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대출 규모를 조절하는 분위기지만 현재 금융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험약관대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일부 보험사들이 실제 금융당국으로부터 약관대출 지적을 받고 있지만 고객 권리인 약관대출을 함부로 막을 수도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